혼자보단 둘, 아니 둘보다는 셋, 아니 셋보다는 둘
왼쪽부터 정규 5집 [Band Of Dynamic Brothers] (2009), 2집 [Double Dynamite] (2005), 3집 [Enlightened] (2007), 4집 [Last Dayz] (2008), 1집 [Taxidriver] (2004)이다.
힙합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랬기에 깊게 빠져본 적이 없다. 물론 대학 시절 '흑인음악동아리'에 속해 있으면서 힙합 음악을 간접적으로 접할 기회는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언제나 힙합과는 일정한 경계를 쳐 왔다. 선배들이나 동기들 앞에서는 '뭐, 좋은 것도 있지만 전 대체로 별로...'라는 스탠스를 취해 왔다. 그렇게 별스럽게도 R&B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
그래도 다이나믹 듀오는 좋아했다. 1집 [Taxidriver]로 처음 등장했던 2004년부터 그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이 앨범은 정말 잘 만든 앨범이다. 이들과 두터운 친분을 자랑하는 연예인 '노홍철'을 택시 드라이버로 섭외(?)하여 중간중간에 들어가는 interlude도 무척 재치 있고, 무엇보다도 음악과 가사가 그야말로 '진짜'다.
이들의 출사표와 같은 첫 트랙 '이력서'에는 최자와 개코가 친구가 되었던 어린 시절부터 굴곡진 CB Mass 시절을 지나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얼이 목소리를 보탠 타이틀곡 'Ring My Bell'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바비 킴(Bobby Kim)과 함께한 '불면증', 더블 케이(Double K)의 무반주 랩으로 인상 깊게 시작하는 'Pride', 사랑을 너무 믿은 죄로 비극적인 삶을 살게 된 여성의 모습을 그려낸 '비극 part 1' 등 어느 한 곡이 베스트라고 추릴 수 없을 정도로 전곡이 명곡인 힙합의 마스터피스이다.
1집의 아성을 넘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 속에서 이듬해 발표된 2집 [Double Dynamite]는 우리의 쓸데없는 걱정을 말끔히 씻어내며 자신들의 기록을 자신들이 경신하는 예쁜 모양새를 만들어 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타이틀곡 '고백 (feat. 정인)'을 위시하여 국악의 리듬감과 funky한 질감을 잘 버무린 '덩덕쿵',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을 연상케 하는 이적의 강렬한 보컬을 들을 수 있는 '시큰둥', 이색적으로 최자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파도 (feat. Paloalto)', 왜곡된 사랑과 집착을 음침하게 담아낸 '그림자 (feat. 은주최)' 등 이 앨범 또한 1집 못지않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명반으로 역사에 남았다.
사실 내겐 거기까지였다. 다이나믹 듀오의 1, 2집은 힙합을 싫어했던 내게도 좋게 들렸던 몇 안 되는 앨범 중 유이한 것이었다. 이후 3, 4, 5집까지 챙겨듣긴 했지만 1, 2집만큼의 음악적 희열을 주지는 못했다. 3집에서는 1집 'Ring My Bell'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었던 나얼을 또 다시 기용하여 만들어 낸 '출첵'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웠지만 내 기준에서는 'Ring My Bell'에 미치지는 못했던 것 같다.
4집에도 대단한 곡이 많긴 했다. 언제 숨을 쉬는지 조그만 빈틈도 없이 휘몰아치는 개코의 랩으로 꽉 채운 후렴이 인상적인 '길을 막지마'라든지, 완전히 흑인에 빙의한 듯한 보컬플레이를 선보이는 김범수를 만나볼 수 있는 'Good Love', 보글보글 국이 끓는 소리를 활용하여 맛깔나게 만들어낸 '어머니의 된장국' 같은 곡이 돋보인다.
5집의 타이틀곡은 이례적으로 피쳐링 없이 오로지 두 사람의 힘만으로 만들어낸 '죽일 놈 (Guilty)'이었는데, 이게 꽤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 밖에도 분위기 띄우기 좋은 (정말 완전 신난다) '불꽃놀이 (fireworks)', 멤버들의 익살스러운 가사와 멘트가 인상적인 '퉁 되는 Brothers (feat. Topbob of Komplex)' 등이 귀에 꽂힌다.
왜 나는 힙합을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힙합에 여러 가지 모습이 있지만, 그 중 하나인 '허슬(hustle)'이라는 게 있다. 난 그걸 정말 싫어한다. 혹자는 '자기가 가진 것 자기가 자랑하겠다는데, 허세 부리는 것도 아니고 뭐가 문제임?'이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난 그래도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여야 한다' 쪽에 무게를 두고 살고 싶다. 특히 한때 '일리네어 레코즈'를 필두로 돈 자랑, 차 자랑, 시계 자랑 이런 것들이 넘쳐날 때, 나는 힙합에 완전 학을 뗐다. 그 이후로 거의 안 들었던 것 같다. 어찌보면 다행이다. 저런 자기 자랑을 전시하는 문화가 있기 전에 다이나믹 듀오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 말이다.
앞서 인트로에서 밝힌 바를 약간 수정하면서 마무리해야겠다. 힙합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좋은 힙합'은 좋아한다. 좋은 힙합이 뭐냐고? 음... 다이나믹 듀오 1, 2집 같은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