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R&B의 끝자락을 잡은 보컬리스트
왼쪽부터 정규 1집 [The Ray's Rainbow] (2006), 싱글 [수고] (2018), 싱글 [0 4 2 6] (2012), 싱글 [1,2,3 & Love] (2009)이다.
'레이'라는 이름이 참 많다. 미국의 소울 거장 레이 찰스(Ray Charles)도 있고, 故 휘성의 절친이었던 가수 레이(Ray)도 있고, 아이돌 그룹 아이브(IVE)의 멤버 레이도 있고... 그리고 여기 '더' 레이가 있다. 더 레이는 음색, 창법 등 모든 면에서 흑인음악, 특히 R&B에 대한 지향성이 강한 보컬리스트이다. 그래서 그의 노래는 섬세하면서도 단단한 음색을 유지하며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따라 부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더 레이의 음악 중에서는 2006년에 발표한 정규 1집 [The Ray's Rainbow]의 타이틀곡인 '청소'가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 더 레이 본인이 실용음악과의 당대 최고봉이었던 동아방송대 실음과의 에이스 출신이기도 했거니와, 그 영향 때문인지 한동안 '청소'는 실음과 입시곡으로도 참 많은 사랑을 받았다. '청소' 이외에도 '가슴소리', '헛사랑' 등이 이 앨범의 주요한 들을거리이다. '가슴소리'는 3년 후 발표되는 싱글 [1,2,3 & Love]에서 재녹음되어 발표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버전을 조금 더 선호하는 편이다. 훨씬 절제되고 정확해진 표현력을 맛볼 수 있다.
2012년에는 두 곡짜리 싱글 [0 4 2 6]을 발표하는데, 'Baby Girl'과 '짐'이 그것이다. 두 곡 모두 미니멀한 편곡에 더 레이의 목소리가 강조되게끔 표현되어 있는 R&B 발라드이다. 멜로디라인이 예쁘고 기교가 적절하게 화려해서 듣는 재미가 있는 곡들이다.
더 레이는 꾸준히 노래를 만들어 싱글로 발표하는데, 그 중 2018년에 나온 '수고'라는 곡을 듣고 많은 위로를 받았다. 별 것 아닌 위로일 수도 있는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라는 노랫말에 어찌나 마음이 아려오던지. 2018년이면 한창 갓난쟁이 키우며, 텃세 심한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던 시절이다. 집에 있는 아내도 마찬가지였을 테지만 그땐 나도 임계점에 도달해서 원형탈모까지 오던 시기였다. 그때 이 노래를 들었고, 집에 가는 길에 바보처럼 끅끅대며 울기도 했다. 참, 그 시절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힘겨운 시절을 위로해 준 '수고'가 있기에, 더 레이는 내게 '그저 노래 잘하는 가수'가 아닌 한층 더 특별한 가수로 남게 되었다. 더 레이의 가창력이 해외에서는 어떻게 평가될지 궁금할 따름이다. 해외 팬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곡을 만나면 더 레이도 숨은 진주 신세를 벗어나 반짝이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