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코와 일렉트로니카의 신선한 만남
밴드 W(더블유)는 김형중 등과 함께했던 그룹 ‘이오에스(EOS)’와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라는 히트곡을 보유한 ’코나’를 거쳐오며 세련된 댄스음악의 계보를 써내려온 배영준을 중심으로 결성된 일렉트로니카 밴드이다. 이 앨범은 밴드의 두 번째 정규앨범으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앨범이 나온 시기와 이 음반이 발표된 레이블을 먼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W의 2집이 나온 시기는 2005년으로, 일본에 대한 문화 개방에 의해 다이시 댄스(Daishi Dance), 프리템포(FreeTempo) 등의 시부야 케이 계열의 일렉트로니카 음악들이 본격적으로 소개되던 때였다. 당시 W가 속해 있던 레이블은 플럭서스(Fluxus)로 러브홀릭, 클래지콰이 등을 필두로 일본 못지않은 세련된 록과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선보이는 회사였다. W의 [Where The Story Ends]는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를 인식하며 들어보면 그 재미를 훨씬 배가시킬 수 있다.
앨범의 곡들을 훑어듣다 보면 '데이빗 보위, 캄파넬라' 같은 이국적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노랫말이 귀에 박힌다. 보통 이런 생소한 단어들을 노랫말에 쓰면 위화감이 들기도 하는데, 배영준의 탁월한 멜로디 감각이 이를 귀신같이 감춘다.
편곡 또한 인상적이다. 아바(ABBA)나 보니 엠(Boney M) 등을 연상케 하는 스트링 중심의 디스코 리듬에 일렉트로니카 사운드 소스들을 절묘하게 결합하여 매끄러운 댄스 음악을 만들어냈다. 이게 바로 음악 고수의 '짬바'라는 것을 보여주듯, 배영준은 이 앨범에 자신의 모든 음악적 역량을 다 펼쳐보인 듯하다.
다양한 객원 보컬을 활용하여 다채로운 색채를 만들어낸 것도 이 앨범의 매력이다. 한 곡 한 곡 짚어나가며 이야기해보고 싶기도 하지만, 지면상의 한계로 이 곡 하나만은 말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한 곡만 골랐다. 바로 러브홀릭의 지선이 부른 '만화가의 사려 깊은 고양이 (Stormy Monday Mix)'이다. 이 곡은 배영준이 직접 부른 원곡과 지선 버전의 두 가지로 수록되었는데, 원곡도 훌륭하지만 지선의 노래 앞에서는 도저히 맨정신으로 버텨낼 요량이 없다. 창작의 고통에 괴로워하며 자신의 고양이를 돌보는 것도 잊어버린 상황에서 그 고양이의 시점으로 노래하는 것인데, 지선의 경우는 이미 그 목소리 자체에서 처연하고도 맑은 서사가 만들어져 나오는 것 같다.
훗날 W는 객원가수 웨일(Whale)과 'W&Whale'이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하고, 'R.P.G. Shine'이라는 팀 최초의 히트곡을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잘하는 뮤지션은 그때가 얼마나 오랜 훗날이건 언젠가는 빛을 보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배영준은 증명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