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이야기를 담아낸 진정한 음유시인
왼쪽부터 앨범 [Blood On The Tracks] (1975), [The Freewheelin' Bob Dylan] (1963), [Highway 61 Revisited] (1965), [Time Out Of Mind] (1997)이다.
밥 딜런(Bob Dylan)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최초의 뮤지션이다. 가사가 얼마나 시적이고 아름다우면 노벨문학상을 타겠는가. 심지어 해외에는 밥 딜런의 음악과 가사를 학술적으로 연구하는 전공과목도 존재한다고 하니, 이 정도쯤 해야 '노래하는 시인'의 칭호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밥 딜런의 수많은 디스코그래피 중에서 나름대로 역사적 의미를 가진 앨범들을 보관함에 담았다. 우선 1963년에 발표된 그의 정규 2집 앨범인 [The Freewheelin' Bob Dylan]에는 불멸의 명곡이자 히트곡인 'Blowin' in the Wind'가 수록되어 있다. 우리말 번역으로는 '바람만이 아는 대답'이라고 해석되고 있다. '바람'은 아마 '자연 법칙'의 메타포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때로는 방황하고 힘들어하지만 그 대답은 자연의 법칙 아래에서 자연스럽게 내려질 것이라고 노래하는 곡이다.
그 밖에도 이 앨범에는 'Girl From The North Country', 'A Hard Rain's Gonna Fall' 등 귀를 잡아끄는 좋은 곡들이 많은데 특히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곡은 내게 특히 많은 위로를 주었던 곡이다. 분명 다른 언어로 부르고 있는데, 내 바로 옆에 앉아 기타를 치며 이 노래를 불러주는 밥 딜런 아저씨가 저절로 상상이 되며 눈물이 하염없이 내린 적이 있다. 그날 나는 무너졌다. 나를 꽁꽁 싸매고 있던 보호막과 페르소나들이 산산이 부서지며 내려앉았다. 껍데기를 모두 벗어던진 채 나는 엉엉 울었다. 대체 뭐가 그리 서러웠는지, 그렇게 소리내어 울고 나니 마음이 깨끗해졌다. 정화(淨化)가 일어난 것이다.
역사적 명반인 1965년작 [Highway 61 Revisited]는 역시 희대의 명곡 'Like A Rolling Stone'이 압권이다. 브리티쉬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을 선도했던 록 밴드 비틀스(The Beatles)도 이 앨범을 듣고 감명받아 '우리 음악에도 이야기를 담아야겠다'라고 다짐하며 [Rubber Soul]이라는 명반을 만들어낼 정도였다고 하니, 이 앨범이 당대에 끼친 영향력은 대단했다. 하지만 기존 포크 팬들의 반발의 목소리도 거셌다.
포크는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으로 최대한 절제된 편곡 아래에서 표현해야 한다는 게 일종의 공식처럼 여겨졌던 시대였다. 그런 시대에, 포크의 새로운 젊은 거장으로 떠오르는 우리의 밥 딜런이, 무려 전기 기타를 들고 무대에 오른 것이다. 전기 기타를 들고 'Like A Rolling Stone'을 공연하는 그에게 대중들은 야유를 보냈다. 포크의 정신을 훼손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밥 딜런은 굴하지 않았고, 그 결과 포크의 저변이 변화하게 되었다. 밥 딜런이 선구자적 역할을 해 준 덕분에 포크는 고집스러운 음악으로 굳어지지 않고 끊임없이 명맥을 유지하며 발전할 수 있었다.
후기 앨범들 중에서 내가 (음악적으로) 가장 좋아한 앨범이 1975년작인 [Blood On The Tracks]였다. 정말, 무슨 말을 하는지 단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어도 음악 하나만 갖고도 너무나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앨범이었다. 전기 기타를 들었던 밥 딜런이 10년이 지나 발표한 이 앨범에는 다시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포크의 서정성을 함뿍 머금은 채 노래한다. 멜로디를 유린하듯 위악적으로 노래하는 건 여전하다.
1995년에 발표한 [Time Out Of Mind] 앨범은 아델(Adele)이 부른 'Make You Feel My Love'의 오리지널 버전이 밥 딜런이라기에, 궁금해서 보관하게 되었다. 하지만 'Make You Feel My Love'를 제외하면 잘 듣지는 않는 앨범이다.
아쉽게도 언어의 장벽 때문에 밥 딜런이 쓴 그 아름다운 이야기를 온전히 알아듣기는 쉽지 않다. 밥 딜런 음악은 가사에 그 핵심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핵심을 가린 채 음악적 요소만 듣고 있자니 위악적으로 멜로디를 비틀어제끼며 건조한 음색으로 툭툭 내뱉듯 노래하는 밥 딜런이 보일 뿐이다. 훗날 시간이 많이 허락되어 영어를 배울 기회가 주어진다면, 밥 딜런의 곡들을 해석해 보며 영어를 공부해 볼까 한다. 언어도 배우고, 음악도 제대로 느끼고. 일석이조. 일타쌍피.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그만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