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b Marley

노래로 태어나 신으로 죽은 사나이

by Charles Walker
스티븐 데이비스, <밥 말리 : 노래로 태어나 신으로 죽다> (여름언덕, 2007)

이 글의 소제목은 스티븐 데이비스가 지은 밥 말리의 평전 <노래로 태어나 신으로 죽다>에서 인용했음을 밝히며, 글 내용의 상당 부분에도 위의 책이 인용되었음을 미리 밝혀둔다.


밥 말리(Bob Marley)는 레게의 전설이자 자메이카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이다. 무대 장악력이 대단한 가수였고, 끊임없는 창작력을 자랑하는 송라이터였다. 당대 정치 대립이 극심하여 상대 정당을 향한 무분별한 정치 테러가 아무렇잖게 자행되던 시기에 양 정당의 정상을 무대 위로 올라오게 하여 손을 맞잡게 한 사건으로 밥 말리는 평화의 전도사가 되었다. 그는 세상에 평화의 씨앗을 남기고 병마와 싸우다 1980년 스스러지고 만다.


밥 말리를 중심으로 결성된 밴드 밥 말리 앤 더 웨일러스(Bob Marley & The Wailers)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초창기의 웨일러스는 더 웨일링 웨일러스(The Wailing Wailers)라는 이름의 보컬 그룹으로 시작하였다. 이때의 음악은 1966년에 발표된 앨범 [The Wailing Wailers]에서 들어볼 수 있는데, 레게라기보다는 소울에 가까운 하모니를 들려주고 있다. 이때의 음악은 모타운(Motown) 소속의 R&B 그룹인 포 탑스(Four Tops)나 커티스 메이필드(Curtis Mayfield)를 위시한 그룹 임프레션스(The Impressions) 같은 느낌이 많이 난다.


그렇다고 당시의 웨일링 웨일러스가 부드러운 이미지로 비쳤던 것은 아닌 듯하다. 어떤 의미에서 초기의 웨일링 웨일러스는 자메이카의 롤링 스톤스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 역시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스스로 길을 개척해야 했고, 약하게 나가야 할 때에는 강하게, 강하게 나가야 할 때에는 약하게 나가는 그들 특유의 예측 불가능하고 거침없는 태도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웨일러스의 음악은 항상 동시대 음악인 스카, 명랑하고 무사태평한 분위기의 스카보다 더 위험해 보였다. 그리고 그들 역시 롤링 스톤스와 마찬가지로 혈기왕성하고, 무모하고, 오만했으며, 가공되지 않은 무례함으로 무장하고 있었다(위의 책, p.83).


밥 말리 사후에 발표된 컴필레이션 앨범 중 하나인 [Chances Are]에는 'Reggae On Broadway'라는 곡이 수록되어 있다. 이 곡은 밥 말리가 영국에 머무르고 있었을 때 만들어서 영국에서 발표했던 곡으로, 당시에는 상업적으로 처참하게 실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이 곡을 다시 들어보면 이 곡에서 묘하게 스팅(Sting)의 'Englishman In New York'에서 풍기는 정서와 유사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어떻게든 오만방자한 영국인들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자메이카 레게 가수의 마지막 발악이랄까. 그래서 이 곡은 우리가 알고 있는 자메이칸 레게와는 완전히 결을 달리하는, 약간은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이나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Sly & The Family Stone) 풍으로 노래하는 새로운 밥 말리를 만나볼 수 있는 곡으로 남았다.


사실 나머지 정규 앨범들의 곡은 너무 유명하기도 하고 어느 곡 하나를 짚어서 말하기도 어려울 만큼 퀄리티가 좋기 때문에 오늘 글은 그 동안 밥 말리에게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면모들을 짚어서 글로 남겨보려 했다. 레게 밴드로 한창 활동하던 시절, 밥 말리 평전(위의 책)을 읽고 영감을 엄청나게 받아서 '기타를 처음 잡고 불렀던 그의 노래는 노래라기보단 울음에 가까웠네'라고 시작하는 한 노래를 만들어 부르기도 했다. 밥 말리는 우리에게 그저 전설적인 뮤지션 중 하나가 아니었다. 그는 우리의 지표였고, 교과서였다. 그가 일생동안 지키며 살고자 했던 '평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우리는 나름대로 참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서 유례 없이 열심히 살았던 시기였던 듯하다.


밥 말리가 하늘의 별이 된 지도 어느덧 45년이 넘어간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지구 곳곳에서는 평화를 위협하는 각종 내전과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왜 싸울 수밖에 없을까. 왜 서로에게 총구를 겨눌 수밖에 없는 걸까. 다른 방법도 얼마든지 있을 것 같은데. 입장이 서로 다르다면 갈등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해결할 방법이 꼭 전쟁만은 아니지 않을까. 자, 이제 총구를 내리고 마주앉아 서로의 이야기를 듣자. 중간에 끊지 말고 끝까지 듣고, 비판하지 말고 서로 공감하려 애써 보자. 밥 말리가 생전에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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