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dosii)

차갑지만 세련된 도회적 아름다움을 표현한 밴드

by Charles Walker
tempImageuHDZKZ.heic 왼쪽부터 리메이크 EP [반향] (2020), 정규 2집 [축제] (2024), 1집 [dosii] (2019)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부터 이 밴드를 좋아한 건 아니었다. 누군가의 추천으로 2019년작 정규 1집을 먼저 들었는데, 내 취향에는 별로 맞지 않았다. 지나치게 차갑고, 지나치게 미니멀했다. 속내를 좀처럼 보이지 않는 수줍은 소녀같은 느낌이라 이 밴드의 음악과는 자연스레 낯을 가리게 되었다.


그러다가 이듬해인 2020년, 리메이크 곡으로만 5곡을 채운 EP 앨범인 [반향]으로 밴드 '도시'는 조금은 마음을 열어보이는 모습을 보인 듯했다. 물론 그렇게 느껴지는 데에는 수록곡들이 익숙한 레퍼토리였기 때문이 컸으리라. 하수빈의 원곡인 '더 이상 내게 아픔을 남기지 마'로 시작하여, '꿈에'(조덕배 원곡), '추억속의 그대'(황치훈 원곡), '샴푸의 요정'(빛과 소금 원곡), '연극이 끝난 후'(샤프 원곡)으로 채워진 이 EP를 관통하는 지점이 있다. 5곡의 원곡 모두 도회적인 세련미를 자랑하는 시티팝의 원류로 손꼽히는 넘버들이라는 것이다.


이미 시티팝 정서를 함뿍 머금은 원곡을 '도시' 밴드 고유의 섬세하고 세련된 터치를 통해 한층 더 urban한 정서를 부각했다. 사실 이 리메이크 앨범을 듣고는 좀 의외였다. 아티스트는 분명 정규 1집과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받아들이는 내 쪽에서 이만큼 마음이 크게 동요할 수 있다는 것에 약간 놀랐다. 그리고 이 리메이크 EP를 통해 비로소 밴드 '도시'가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적 미학이 무엇인지 약간은 이해할 수 있게 된 듯하다. 언뜻 차갑게 느껴지는 전자음과 감정의 온기가 거세된 듯한 보컬은 결국 '감정의 교류가 사라진 현대 도시의 공허한 모습' 그 자체였던 것이다.


2024년에 발표한 정규 2집 [축제]에서는 몽환적으로 웅웅대는 듯한 리버브를 최대한 절제하고, 깔끔한 밴드 사운드로 보다 정련된 사운드를 들려준다. 그래서인지 기존에 발표했던 곡들에 비해 약간은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다. 어쩌면 황량한 도시 한가운데 서서 씁쓸한 냉소를 띠던 한 소녀는 누군가의 작지만 확실히 따스한 손길에 의해 조금씩 희망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밴드 '도시'가 앞으로 펼쳐내고자 하는 여정은 분명 회복의 길이라 믿어봐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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