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를 허물어뜨린 감성
동물원의 정규 1집이 제작되었던 때만 하여도, 이 앨범에 참여한 대부분의 뮤지션과 싱어들이 프로 뮤지션이 되리라는 것을 염두에 둔 이는 김광석 정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다. 학교 음악 동아리의 기념 앨범 정도를 생각하고 만든 앨범이라는 것을, 앨범을 들어보면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연주에 느낌을 담는다기보다는 정확히 악보에 따라 연주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가 있다. 참 희한한 일이다.
싱어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김광석을 제외한 나머지 목소리들은 특색 없이 무난하다. 음악적으로는 이렇게 냉정하게 평가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가 있다. 자꾸 반복하게 된다. 그 '뭔가'가 참 희한하게도 이 두 앨범을 자꾸 듣게 만든다. 이토록 당당히 아마추어리즘을 표방하고 나온 용기와 배짱 때문일까? 왜 동물원의 음악은 사람의 귀를 잡아끌고 이내는 마음을 사로잡아버리는 걸까?
결국 본질은 마음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추어든, 프로든 개의치 않고 그저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 그 진심. 그것이 담긴다면 조금 서투르든 그게 뭐 어떤가. 사람도 똑같다. 너무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면 오히려 매력 없다. 어딘가 좀 빈 듯하고 어딘가 모자라 보여야 인간미가 느껴지는 법. '거리에서'를 솔로로 부른 김광석이 이 앨범에서 최고로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라면, '말하지 못한 내 사랑', '잊혀지는 것', '변해가네' 등의 금과 은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훗날 이 노래들 모두, 김광석이 다시 부르게 된다.).
동물원은 1988년 한해가 채 가기도 전에 1집의 기조는 거의 그대로 유지한 채 연주의 완성도를 조금 더 신경쓴 듯한 2집을 바로 내놓는다. 타이틀곡은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인데, 이 곡에서 김광석은 말 그대로 절창을 선보인다. 속이 뻥 뚫리는 듯한 시원한 목소리에 젊고 생생한 생명력이 훅 덮쳐온다. 그 밖에도 블루스와 포크를 접목한 '새장 속의 친구', 서정적인 발라드 '별빛 가득한 밤에', 아련한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혜화동' 등은 놓쳐서는 안 될 명곡이다.
이 두 앨범 모두 한국 대중음악상 100대 명반에 선정되어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폭넓게 사랑받아 왔다는 것인데, 모르긴 해도 김광석 음악의 모태가 되었다는 것이 좋은 평가를 받는 데에 한몫 단단히 했을 것이다. 포크로 출발했던 김광석이 동물원을 거치며 팝적인 감수성을 수혈하고 마침내 대중적이면서도 포크의 서정성을 잃지 않은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