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크 200을 읽은 후

점점 더 높아져가는 예술의 철옹성을 목격하다

by Charles Walker
스크린샷 2025-12-18 오후 2.44.55.png 강영글 외, <로크 200 : 한국 록 명반 200선 1964-2023>

락 혹은 록이 아니다. '로-크'라고 하는 옛 표기를 그대로 살렸다. 한국에서 음악으로 비평 좀 한다 하는 사람들이 저마다 모여 한국 록의 명반 200장을 선정하고, 그 선정의 변을 달아둔 책, 바로 <로크 200>이다. 우선 대규모 프로젝트이다. 개별 비평가들에게 1964년부터 2023년까지 발표된 록 앨범 중에서 200장을 선정하게 하고, 이를 다시 간추려 2차 선정까지 마친, 이를테면 비평가들의 역량을 집대성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비평가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하지만 감사는 감사고, 이 책을 읽고 또 이 책에서 선정된 앨범들을 골라 들어보고 난 뒤의 씁쓸한 뒷맛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다. 음악비평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 같은데, 대체 왜 비평가들은 이렇게 어렵고, 우울하고, 심오하고, 난해한 작품들을 고르는 걸까? 나를 포함한 일반 대중들은 도무지 좋아할 것 같지 않은 어려운 음악들은 '명반'이고, 대중들이 좋아하는 음악은 그렇지 못하다는 건 어느 지점에서 갈라지는 걸까?


여기 선정된 200장의 앨범 중에서 익숙한 앨범들은 이미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고, 생소하게 느껴지는 앨범들은 들어보니 솔직히 별로였다. 나는 이런 음악들을 듣느니 에스파나 아이유를 듣는 게 훨씬 내 시간이 덜 아깝게 느껴질 것 같다. 만약 내 예술적 수준이 거기까지니까 너는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거라고 비난할 사람이 있다 해도 난 상관없다. 그건 사실이니까.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


뮤지션은 자꾸 어려운 음악을 만들고, 자꾸 어떤 철학과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그리고 그렇게 미완으로 남겨진 작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평론가들은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붙여서 그 작품을 칭송하기 바쁘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대중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아무런 공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바라만 볼 뿐이다. 언제까지 이래야만 할까? 왜 예술가들은 자꾸 어려워지려고 하는 걸까? 그놈의 엄숙주의, 이제 그만 버리고 좀, 즐길 수는 없나?


음악이 뭘까. 예술이 뭘까. 나는 그런 거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도 단 하나만은 말할 수 있다. '마음에 가 닿는 것'. 보내는 이의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받는 이의 마음으로 한 떨기 꽃잎처럼 슬며시 다가앉는 것. 그래서 감동을 주든, 슬픔을 주든, 아름다움을 주든 무엇이든 줄 수 있는 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해석하게 만드는 건 마음에 가 닿기를 어렵게 한다. 난 예술가와 평론가들이 자꾸 콧대를 높이려고 하는 이 행태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 책, <로크 200>에 그런 시선이 일부 반영되어 있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깝고 아쉬웠다.


차라리 밥 스탠리가 짓고 배순탁 등이 옮긴 <모던 팝 스토리>는 엄청난 분량을 자랑하지만, 그렇기에 차라리 중립적이다. 장르를 초월해서 좋았던 작품과 거지 같은 작품을 골고루 다루고, 좋았던 건 좋았다고, 거지 같은 건 거지 같았다고 솔직히 말해준다. 자고로 비평서는 이래야 하지 않을까. 일반 대중들이 그 음악을 들어보고 싶게끔 만드는 글을 써야 하지 않을까? 일단 나부터 그렇게 하도록 노력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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