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스 (Deux)

시대의 아이콘, 전설은 살아 있다

by Charles Walker
듀스 정규 1집 [Deux] (1993), 2집 [Deuxism] (1993), 3집 [Force Deux] (1995)

드럼 비트만 들어도 고스란히 그 시절로 데려다놓는 음악이 몇 가지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그렇고, 솔리드가 그렇고, 여기 이 듀스가 그렇다. 90년대의 '트렌디함'을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그룹, 오늘은 듀스를 이야기해 보자.


듀스가 등장한 90년대 초는 본토인 미국에서도 힙합과 뉴 잭 스윙이 겨우겨우 자리를 잡아가고 있을 때였다. 듀스의 등장 이전에 현진영이 나타나 바비 브라운(Bobby Brown)의 시그니처 댄스인 토끼춤을 춰가며 힙합과 뉴 잭 스윙의 메신저 역할을 한 바 있다. 심지어 현진영의 뒤에서 함께 춤을 추던 이들이 바로 듀스의 두 멤버, 김성재와 이현도였다.


백업 댄서로 커리어를 마무리하기에는 김성재의 멋짐은 센터의 가수를 넘어서는 무언가였고, 이현도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역량 또한 썩히기 아까운 그 무엇이었다. 결국 두 사람은 팀이 되어 '나를 돌아봐'를 타이틀곡으로 한 1집 앨범을 발표하는데, 이것이 소위 말해 대박이 난다. 누군가의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만 하던 이들이 비로소 '메인'이 되어 축포를 터뜨리는 순간이었다. 1993년의 일이다.


듀스의 1집은 '나를 돌아봐'로 워낙 유명하지만, R&B 곡인 '알고 있었어' 또한 그 시절 향수를 머금고 있어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트랙이다. 뭐, 덧붙이자면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뛰어난 가창력 같은 것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그런 기술적인 측면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듀스의 음악에는 분명히 있다. 이를테면 이현도의 프로듀싱 같은 걸 특히 주목해서 들어보면 많은 공부가 될 것이다.


해가 넘어가기도 전에 듀스는 [Deuxism]이라는 제목의 2집을 발표한다.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라는 밈(Meme)으로도 자주 쓰였던 '우리는'이라는 곡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1집에 비해 사운드 소스가 훨씬 다양해지고 그만큼 들을거리가 풍부해진 모습을 보여준다. 불과 몇 달 만에 13곡이라는 수록곡을 만들고 다듬어서 앨범으로 만들어 냈다는 사실에서 당시 이현도의 넘치는 창작욕을 엿볼 수 있다. 이 앨범에서는 밴드 H2O와의 듀엣곡인 'Go! Go! Go!' 같은 곡이 참 재미있었다. 록도 힙합에 자연스레 녹아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트랙이라고 생각한다.


3집을 발표하기 전, 리믹스 앨범인 [Rhythm Light Beat Black] (1994)를 내놓는데 이 앨범에 수록된 '여름안에서'가 엄청난 인기를 누린다. '여름안에서'는 단순히 한 해 동안만 살아남은 노래가 아니라 해마다 여름만 되면 흘러나오는 '여름 연금' 같은 노래가 되었고, 심지어 누가 리메이크를 하더라도 원곡의 아성을 뛰어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여름 철밥통'의 면모까지 보였다. (좋겠다...)


1995년, '굴레를 벗어나'를 타이틀곡으로 한 3집 [Force Deux]를 기점으로 듀스는 각자의 갈 길을 가보자는 파격 행보를 걷게 되고, 김성재가 먼저 '말하자면'이라는 솔로곡을 내놓으며 야심차게 활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성공적인 첫 무대를 마친 다음날 대중은 충격에 휩싸여야 했다. 김성재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이제 솔로 가수로서 멋진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줄 일만 남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허망하게 떠나게 되다니... 김성재의 죽음은 당시 어렸던 나에게도 너무나 충격적인 일로 남아 있다. TV에 나와 멋지게 노래하고 춤추던 사람이 갑자기 죽었다니...


지금 김성재는 떠나고 없지만 아직 듀스의 음악은 한 시대를 대표하는 씬 스틸러로서의 역할을 톡톡이 해내며 잘 살아 있다. 최근 AI로 김성재의 모습과 목소리를 되살려 듀스의 이름으로 된 신곡 'Rise'가 발표된 바 있다. 90년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뮤직비디오와 함께 감상했을 때 가슴 속에서 울컥 무언가가 치받아오르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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