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o Mars

브루노 마스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by Charles Walker
tempImagemx8ybJ.heic 브루노 마스가 발표한 앨범들.

왼쪽부터 정규 2집 앨범 [Unorthodox Jukebox] (2012), 3집 [24K Magic] (2016), 앤더슨 팩(Anderson .Paak)과 함께한 프로젝트 그룹 실크 소닉(Silk Sonic)의 정규 앨범 [An Evening With Silk Sonic (Deluxe)] (2022)이다.


브루노 마스의 음악 계보는 확실하다. 뿌리는 훵크(Funk)의 제왕,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에 두고 있다. 거기에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멜로디 감각,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의 무대 장악력과 폭발력, 자기 자신만의 독창적인 (약간 '날티'나는) 캐릭터까지. 브루노 마스는 성공적인 팝 스타가 될 준비가 이미 끝난 사람이었다.


2010년에 발표된 그의 데뷔 앨범 [Doo-Wops & Hooligans]를 들었을 때만 해도, 하와이 출신이라는 그의 배경과 맞물려 음악이 아주 세련되게 정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던 게 사실이다. 하와이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절대 아니다. 하와이에도 쿠이 리(Kui Lee)나 잭 존슨(Jack Johnson) 같은 훌륭한 아티스트들이 정말 많다. 그러나 브루노 마스는 당시 데뷔 앨범을 갓 발표한 상황이었고, 미국 팝과는 약간은 다른 노선을 취하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게 통했다.


솔직히 말하면 내게는 미국 팝의 공식에 억지로 짜맞추려고 노력한 듯한 흔적이 보이는 타이틀곡 'Just The Way You Are'보다는 다른 수록곡들이 더 마음에 들었다. 수류탄(grenade)을 목소리로 표현한 듯한 폭발력 있는 트랙 'Grenade'도 멋지고, '오늘 나 아무것도 안 할 거야'라며 게으름 피우는 'The Lazy Song'도 재미있었다. 그린 데이(Green Day) 분위기를 풍기며 무지성으로 달려나가는 'Runaway Baby'도 꽤 괜찮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 앨범을 듣고 나서는 '오, 노래 꽤 잘하는 가수가 나왔군.' 이상의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전설은 2집 [Unorthox Jukebox] 때부터 서서히 쓰여지기 시작했다. 타이틀곡 고르는 솜씨는 여전히 별로인 듯, 'Young Girls'는 'Just The Way You Are'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했다. 그래서 첫 트랙만 듣고는 '아, 결국 소포모어 징크스의 길을 걷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웬걸. 2번 트랙 'Locked Out Of Heaven'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지르고 말았다. 높은 소리로 '오, 예예! 오, 예예예예' 하며 반복하는 악절은 2012년 전체를 대표하는 펀치라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관능적이고 원초적인 사랑을 노래한 R&B인 3번 트랙 'Gorilla'에서 음침한 분위기를 가져가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4번 트랙 'Treasure'에서는 흥겨운 댄스 파티 무드를 끌고 들어온다('Treasure'는 반드시 비디오와 함께 감상하길 권한다. 금빛으로 가장 반짝이는 브루노 마스의 화양연화를 볼 수 있는 비디오이다.). 게다가 6번 트랙인 'When I Was Your Man'에 이르면 서정적이고 애절한 발라드까지 유려하게 소화할 수 있음을 볼 수 있다. 음악적 팔방미인으로서의 진면모를 이 앨범에서 제대로 드러낸 것이다.


2014년 한해를 휩쓸었던 마크 론슨(Mark Ronson)의 'Uptown Funk'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Uptown Funk'의 성공은 그야말로 '굳히기 작전'이었다. 브루노 마스는 이제 의심할 여지 없이 시대를 대표하는 팝 스타이자 쇼맨이 되었다. 슈퍼스타라면 모름지기 무대에서 관객들과 함께 가장 잘 노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걸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브루노 마스였고, 브루노 마스이고, 당분간은 브루노 마스일 것만 같다.


3집 [24K Magic]에서 처음으로 타이틀곡에서부터 느낌이 왔다. 앨범의 동명 타이틀곡 '24K Magic'은 성공한 슈퍼스타의 스웨그(Swag)가 잔뜩 들어간 트랙인데, 밉지 않고 왠지 귀엽게 느껴진다. 이 앨범 [24K Magic]은 8~90년대 훵크(Funk)와 R&B, 뉴 잭 스윙의 명곡들을 오마주한 트랙들로 채워져 있는데 혹자는 그런 컨셉트를 두고 '카피캣'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흘러간 옛 시절을 추억하며 '아, 그 시절 음악들 진짜 좋았는데. 그 사람들 진짜 쩔었는데. 내 식대로 내 음악에 녹여보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하고, 그 상상을 현실로 옮긴다는 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인가? 실제로 브루노 마스 3집을 듣다 보면 생각나는 아티스트들이 정말 많다. 대표적으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 샤이(Shai), 뉴 에디션(New Edition), 테디 라일리(Teddy Riley), 키스 스웨트(Keith Sweat)... 더 하라면 더 할 수도 있다. 이 많은 아티스트들의 향취를 조금씩 조금씩 그러모아서 자기 음악 곳곳에 심어둔 것이다.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날티에 속지 말길 바란다. 브루노 마스는 보통 꼼꼼한 사람이 아니다. 3집 앨범만 들어봐도 이 사람이 얼마나 8~90년대 음악에 얼마나 진심이고 조예가 깊은지 알 수 있다.


브루노 마스는 2021년, 돌연 앤더슨 팩(Anderson .Paak)과 함께 실크 소닉(Silk Sonic)이라는 팀을 결성해서 모타운(Motown) 풍의 소울 음악 'Leave The Door Open'을 발표한다. 이 곡이 소위 말해 대박이 난다. 그러고 보면 브루노 마스는 계속해서 시대를 거꾸로 타고 올라간다(브루노 마스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브루노 마스에게 '시대역행'이라고 조롱하지 않는다. 오히려 열광하고 환호한다. 그것은 옛날 음악을 낡게 들리지 않게 하는 탁월한 프로듀싱 감각 덕분일 것이다. 이후 발표하는 정규 앨범 [An Evening With Silk Sonic] 또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며 브루노 마스는 계속해서 탄탄대로를 걷는다.


소위 '부침'이 없다. 음악은 계속해서 옛스러워지지만 브루노 마스는 꾸준히 자신의 기록을 경신하며 트렌드세터로서의 입지를 나날이 공고히 한다. 2024년, 레이디 가가(Lady Gaga)와 함께 부른 'Die With A Smile'에서는 무려 5~60년대 소울 발라드를 재현해 냈는데도 아무런 위화감이 없다. 이 정도면 21세기 버전 마이클 잭슨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을까. 브루노 마스라는 이름에 여전히 가슴이 뛰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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