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늑한 방의 풍경을 음악에 담은 싱어송라이터
브루노 메이저(Bruno Major)의 음악은 언제 들어도 아늑한 느낌을 준다. 계절은 겨울이면 좋고, 추우면 추울수록 더 좋으며, 눈이 온다면 최고일 것이다. 하지만 그 음악이 들리는 장소는 반드시 방 안이어야 한다. 그 추운 날 밖에서 들을 음악은 절대 아니다. 이 음악은 추운 겨울만 되면 몸을 옹송그리고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가야만 하는 전세계 수많은 내향인들을 위한 최고의 bgm이다. 벽난로, 따뜻한 코코아나 커피 한 잔, 마음에 위안을 주는 책 한 권, 그리고 브루노 메이저의 음악이라면 겨울나기 준비는 끝이다.
2018년에 발표된 정규 1집 앨범인 [A Song For Every Moon]은 굉장히 미니멀한 편성으로 만들어졌다. 악기의 사용도 최소화하였고, 목소리도 힘을 뺀 채 다소 맥빠진 듯 부르는 게 포인트다. 내 경우에는 이 앨범으로 처음 이 아티스트를 알게 되었는데, 쳇 베이커(Chet Baker) 생각이 정말 많이 났다. 브루노 메이저를 몰랐을 때만 해도 겨울이면 쳇 베이커였는데, 이젠 든든한 대체제 하나가 생긴 셈이다. 이 앨범에서는 'Easily'나 재즈 스탠더드 넘버를 자기 식으로 재해석한 'Like Someone In Love' 등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20년작 2집 앨범인 [To Let A Good Thing Die]에서는 1집에서 선보였던 로우파이(Lo-Fi) 질감을 살리되, 좀 더 싱글 커트에 유리하도록 킬링 트랙을 중간중간 배치해 둔 점이 돋보인다. 첫 트랙 'Old Soul'을 비롯하여 'The Most Beautiful Thing', 'Regent's Park', 'Figment Of My Mind' 등이 귀에 꽂힌다. 믹싱과 마스터링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브루노 메이저의 앨범을 들으면 마치 바로 옆에서 불러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느낌을 제대로 받고 싶다면 이어폰이나 헤드폰 착용은 필수다.
내 기준에서 3집 [Columbo]는 아쉬운 작품으로 남았다. 브루노 메이저의 새 작품이라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1,2집의 완성도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절대적으로 나쁜 작품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어차피 브루노 메이저 음악의 역할은 방구석 bgm이다. 이 곡은 제목이 뭔가 하고 cd 뒷면을 들여다보는 일보다는 음악은 혼자 일하게 내버려두고 나는 내 할 일 하는 거다. 그냥 틀어놓으면 된다. 전혀 위화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