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y

R&B를 부르기 위해 태어난 가수

by Charles Walker
브랜디(Brandy)의 정규 1집 [Brandy] (1994, 왼쪽), 정규 6집 [Two Eleven (Deluxe Version)] (2012, 오른쪽)

R&B 가수 브랜디의 별명은 '보컬의 교과서'이다. 그만큼 정석적인 발성을 구사하고 테크닉적으로 완벽하다는 뜻이다. 1979년생인 그녀가 불과 열 다섯 살 소녀일 때 냈던 정규 1집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어떻게 10대 소녀에게서 이런 완벽한 기교와 노련한 감성이 나올 수 있을까.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던 'Baby'는 좀 지루하지만, 솔직히 첫 트랙인 'Movin' On'은 역대급으로 충격적인 등장이다. 물 흐르듯 유려하게 노트들을 훑어나가는 브랜디의 보컬은 이미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이었다. 'R&B 그루브가 무엇이냐 묻거든 브랜디를 듣도록 하라.'


그 밖에도 멜로디 감각을 좀 더 강조한 'I Wanna Be Down'도 훌륭하고, 이별의 가슴 아픔을 애절하게 노래한 'Brokenhearted'도 멋지다. 'Brokenhearted'의 경우 보이즈 투 멘(Boyz II Men)의 베스트 앨범인 [Legacy (이하 생략)] (2001)에 와냐 모리스(Wanya Morris)와 듀엣으로 부른 리믹스 버전이 있는데, 그 버전이 훨씬 훌륭하다.


하지만 여타 R&B 앨범이 그렇듯이 이 앨범도 뒷심이 약하다. 갈수록 킬링 트랙이 부재하고 밋밋하게 흘러가는 느낌이다. 무려 베이비페이스(Babyface)가 프로듀싱을 맡았는데 이 양반, 자기 앨범은 잘 만들면서 남의 앨범 만들면서는 싱글 커트 위주로 잔머리 굴린다. 하긴. 좋은 싱글 몇 개만 터져도 존재감은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던 시대였으니까. 앨범 전체로 어필하던 시대는 어차피 아니었으니 크게 상관은 없다만.


1집 이후로 브랜디는 또 다른 R&B 신예 디바인 모니카(Monica)와 듀엣곡으로 'The Boy Is Mine'을 발표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고, [Never Say Never], [Full Moon] 등의 앨범을 연이어 발표하며 활동을 이어갔지만 1집 때만큼의 반향은 일으키지 못한다.


2012년에 발표한 정규 6집 앨범인 [Two Eleven]이 나왔을 때, '오, 얼마 만에 브랜디 컴백인가!' 하며 무척 반가워하며 들었는데, 앨범 전체적으로 비트가 너무 강해서 특유의 목소리가 가진 매력을 오히려 반감시키는 듯했다. 브랜디처럼 목소리의 개성이 강한 가수는 비트를 최소화하고 목소리가 부각될 수 있도록 프로듀싱을 해야 하는데 완전히 거꾸로 가버린 것 같아 아쉬움을 감출 길이 없었다. 이 앨범은 그래서 내게 너무 큰 안타까움으로 남아 있다.


이후부터는 재즈 힙합 씬 등에 피쳐링 아티스트로 종종 이름을 올리며 간간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사실 한 시절에 잠시 반짝이고 지금은 흘러가버린 가수다. '보컬의 교과서'라는 별명답게 여전히 노래는 완벽하게 잘하지만 그뿐이다. 뮤지션이 아티스트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노래를 '잘' 부르는 것보다 '좋은 곡'을 불러야 한다. 브랜디에게 아직 1집보다 '좋은 곡'은 오지 않은 모양이다.

이전 03화Boyz II M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