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인간급 가창력을 선보인 R&B 싱어송라이터
왼쪽부터 정규 3집 [Anytime] (1997), 정규 4집의 디럭스 에디션 [Back At One And More] (2000), 크리스마스 앨범 [Bethlehem] (1998), 정규 1집 [Brian McKnight] (1991), 정규 9집 [Evolution Of A Man] (2009), 정규 14집 [Exodus] (2020), 정규 7집 [Gemini] (2009), 정규 2집 [I Remember You] (1994), 정규 10집 [Just Me] (2011), 정규 11집 [More Than Words] (2013), 정규 5집 [Superhero] (2001), 정규 8집 [Ten] (2006), 정규 6집 [U Turn] (2003)이다.
브라이언 맥나잇이 스스로 붙인 별명이자 정체성은 '노래하는 작곡가'이다. 그만큼 그는 음악을 스스로 만들어서 부르는 사람으로서의 자부심이 있다는 반증일 테다. 나는 그가 스스로를 그렇게 규정할 때마다 농담처럼 묻는다. '무슨 작곡가가 그렇게까지 노래를 잘하냐'라고.
브라이언 맥나잇의 가창력은 실로 '탈인간'급이다. 지금이야 잘하는 사람이 워낙 많다는 걸 알고, 잘한다는 것의 기준도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지만 내가 고등학생이던 시절에 브라이언 맥나잇의 음악을 처음 접하고는 도대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노래를 잘할 수 있는 걸까 싶었다. 따뜻하고 포근한 음색, 피아노처럼 정확한 음정으로 유려하게 짚는 기교, 섬세한 감성까지 보유한 그는 전세계 노래 대회를 연다면 무조건 1등이라고 (그 당시에는) 생각했었다. 공공연히 말하고 다니기도 했다. 브라이언 맥나잇이 노래 왕이라고. 1등이라고. (지금은 부끄러운 과거다.)
그 탁월한 가창력 덕분에 그에게는 명곡도 정말 많다. 우선 가장 유명한 'Back At One'(4집)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곡의 멜로디나 가사는 워낙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차치하고, 오늘은 이 곡의 인트로 피아노 연주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이 인트로는 브라이언 맥나잇 스스로가 붙인 그 '노래하는 작곡가'라는 별명에 너무나도 걸맞은 테마이다. 재즈에서 쓰이는 텐션 화음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면서도 대중적인 라인을 놓치지 않고 아름다운 대선율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그야말로 압권이다. 피아노 인트로는 이 곡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분명한 이유이다.
내게 브라이언 맥나잇의 베스트 트랙은 'One Last Cry'(1집)이다. 아니, 사실 전세계 모든 노래 중에서 이 곡을 1등으로 좋아한다. 20여 년 전에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내가 들은 모든 노래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이다. 멜로디도, 감성도, 눈부시도록 아름다워서 단 한 번도 내 목소리로 부르려고 시도해 본 적도 없다. 다른 가수들이 커버한 버전은 물론이고, 브라이언 맥나잇 자신이 커리어 후반에는 좀 더 웅장하게 편곡해서 부른 버전도 있는데 다 원곡을 넘어서지 못한다. 이 곡은 무조건 원곡. 스튜디오 버전이어야만 한다. (진짜 꼰대 같지만)
이 밖에도 'Another You'(9집), '6, 8, 12'(4집), 'Still'(5집), 'Anytime'(3집), 'The Only One For Me'(3집), 'Love Of My Life'(5집), 'Still In Love' (2집) 등 이 사람의 명곡을 나열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앨범을 많이 발표한 만큼 명곡도 많은 법이다. 노래하는 작곡가답게 참 오랫동안 많은 곡을 만들고 불렀다. 새삼 그의 열정이 놀랍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누구나 다 알 법한 그의 곡 대신, 숨은 명곡을 몇 곡 더 추천하고 마치고자 한다.
'Every Beat Of My Heart' (2집의 7번 트랙)
'Kiss Your Love Goodbye' (2집의 12번 트랙)
'Could' (3집의 2번 트랙)
'Can You Read My Mind' (4집의 10번 트랙)
'(Til I) Get Over You' (5집의 8번 트랙)
'Someday, Someway, Somehow' (6집의 8번 트랙)
'I Do' (8집의 12번 트랙)
'Without You' (10집의 6번 트랙)
'Made For Love' (11집의 9번 트랙)
'Another' (11집의 12번 트랙)
앨범 단위로 듣기에는 2집 [I Remember You], 6집 [U Turn], 11집 [More Than Words]가 참 좋다. 특히 2집 앨범은 내게 '봄 사운드트랙' 같은 앨범이다. 아직 겨울의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초봄에 이 앨범을 들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6집은 힙합 뮤지션들과 함께하는 등 좀 더 흑인음악적인 어프로치가 가미된 명반이고, 11집은 겨울이 오기 시작할 때 들으면 따스하고 포근한 기분이 든다.
브라이언 맥나잇은 2020년, 앨범 [Exodus]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은 새 앨범을 내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왜 그랬을까. 노래하는 작곡가가 이제는 창작의 샘이 말라 버린 걸까. 이봐요. 샘은 좀 쉬면 다시 채워질 수도 있지 않습니까? 너무 단정짓지 말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