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yz II Men

점점 더 성장하는 천상의 보컬 하모니

by Charles Walker
tempImage4x3PeJ.heic 보이즈 투 멘(Boyz II Men)이 발표한 다수의 앨범들.

왼쪽부터 베스트 앨범 [Ballad Collection] (2001), 크리스마스 캐롤 앨범 [Christmas Interpretations] (1993), 정규 1집 [Cooleyhighharmony] (1991), 정규 3집 [Evolution] (1997), 정규 5집 [Full Circle] (2002), 정규 2집 [II] (1994), 베스트 앨범 [Legacy: The Greatest Hits Collection] (2001), 리메이크 앨범 [Love] (2009), 리메이크 앨범 [Motown: A Journey Through Hitsville USA] (2007), 정규 4집 [Nathan, Michael, Shawn, Wanya] (2000), 일본에서 발표한 앨범 [The Remedy] (2006), 리메이크 앨범 [Throwback Vol.1] (2004), 현재까지 그들의 마지막 정규 앨범 [Under The Streetlight] (2017), 일본에서 발표한 겨울 스페셜 앨범 [Winter/Reflections] (2005)이다. (오랜만에 헥헥...)


이 정도만 봐도 내가 보이즈 투 멘이라는 그룹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이들의 궤적을 좇아오는 일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사실 이들은 실력에 비해 좋은 곡을 많이 못 만난 편이다. 다시 말해 이들의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명반을 하나 꼽아 보라면 대답을 주저하게 되는 게 사실이다. 대표곡 위주로 들으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지만, 앨범 단위로는 글쎄...


그래서 나는 보이즈 투 멘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베스트 앨범 위주로 들어보라고 하는 편이다. 제일 좋은 선택은 [Ballad Collection]이지만, 조금 더 다양하게 들어보고 싶다면 2CD로 구성된 [Legacy: The Greatest Hits Collection]의 디럭스 에디션을 듣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2001년에 베스트 앨범이 두 장이나 나왔다는 것은 이때 이들이 몸담고 있었던 모타운과 계약이 끝났거나 끝나갈 즈음이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전 소속사에게 이행할 계약상 의무를 얼른 해치워버리고 다음 행보를 가야 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모타운을 나와서 낸 첫 앨범인 [Full Circle]은 미약하기 그지없는 앨범이다. 그래도 페이스 에반스(Faith Evans)가 목소리를 보탠 그루비한 힙합 트랙 'Relax Your Mind' 같은 곡은 소소하게 알려지기도 했지만, 기존의 타이틀곡들이 성공했던 공식을 그대로 답습한 'The Color Of Love'는 너무 뻔해서 답답하기만 하다. 곡의 전개, 구성, 파트 분배까지 모든 게 예상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게다가 이 앨범을 끝으로 저음과 나레이션을 담당했던 멤버 마이클이 건강 문제로 탈퇴하기까지 한다.


차라리 앨범 단위로 듣기에는 리메이크 앨범들이 참 좋다. 2004년에 발표한 [Throwback Vol.1] 같은 앨범도 훌륭하고, 특히 역대급 퀄리티를 자랑하는 건 역시 2007년작 [Motown: A Journey Through Hitsville USA]이다. 이 앨범은 모타운의 클래식 소울 넘버들을 보이즈 투 멘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엮어낸 작품집인데, 아무래도 모타운에 오랫동안 몸담고 있었다 보니 모타운 특유의 편곡 스타일이나 표현 방법 같은 것에 익숙하지 않았을까. 아무튼 이 앨범에서 멤버들은 그야말로 날아다닌다. 옛 소울 특유의 무드는 유지한 상태에서 보이즈 투 멘의 세련되고 아름다운 하모니가 얹어지니 물 만난 물고기가 따로 없다. 하지만 이 앨범 이후로는 다시 이만큼의 퀄리티 있는 작품을 만들지는 못한다.


이번에는 시대를 역행하여 베스트 앨범을 냈던 2001년 이전의 그들을 좀 이야기해 보자. 이 시절 그들이 발표한 최고의 앨범은 아무래도 1994년작인 정규 2집 [II]일 것이다. 베이비페이스(Babyface)의 후광을 잔뜩 입은 'I'll Make Love To You'로 빌보드 14주 1위라는 쾌거를 이루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다 아는 곡 말고, 이 앨범에서는 첫 트랙인 'Thank You'와 마지막 트랙 'Fallin'을 추천하고 싶다. 'Thank You'는 비트박스 위에 멤버들의 하모니만 얹은 극도의 미니멀한 구성으로 게토(Ghetto) 소울의 느낌이 충만하고, 'Fallin'은 선율이 굉장히 아름다운 R&B 곡이라 괜히 한 번 추천하고 싶어졌다.


3집 [Evolution]은 말 그대로 멤버들 모두가 '진화'한 가창력을 선보이는데, 특히 리드 보컬 와냐 모리스(Wanya Morris)의 성장이 놀랍다. 1, 2집까지는 피지컬로 내지르는 것 같은 소리를 주로 썼는데, 이 앨범에서부터 본격적으로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타이틀곡 'Doin' Just Fine'의 애드리브는 그저 경이로울 따름이다.


멤버들의 이름을 딴 4집 [Nathan, Michael, Shawn, Wanya]는 상업적으로는 가장 실패한 앨범인데, 의외로 이 앨범에 좋은 곡들이 많다(이 앨범은 모타운이 아닌 유니버설 레코드에서 발매되었다.). 그 동안 보이즈 투 멘이 선보여 온 것과는 약간 다른 스타일의 R&B 발라드 'I Finally Know', 멤버들의 아카펠라로 시작하여 미니멀 비트로 반전되는 테마가 인상적인 'I Do', 미래의 아내가 될 여자를 만났다며 호들갑(?) 떠는 가사가 귀여운 'Thank You In Advance', 와냐의 폭풍 같은 애드리브가 감동을 주는 'Know What You Want'를 추천한다.


2017년에 마지막 정규 앨범을 발표하고 지금까지 소식이 없는 걸 보면 아무래도 새 노래, 새 앨범을 만들 계획은 없는 듯하다. 이대로 전설로 남기로 한 것인가. 어쩌면 이들의 존재는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2000년대 초반 백스트리트 보이즈(Backstreet Boys)와 엔싱크(N Sync)가 등장하며 잘생기고 젊은 백인 청년들도 보컬 하모니를 (나름대로) 선보이는 등, 보이즈 투 멘의 아성은 여러 번 위협받아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이 할 일을 묵묵히 해 왔다. 그러는 동안 하모니는 점점 더 성장하고 발전하여 이제는 보컬 하모니로는 이들을 따라올 존재가 전무하게 되었다. 한 번쯤은 더, 그들의 새로운 곡에서 그들이 펼쳐보이는 천상의 하모니를 듣고 싶다고 생각하면 너무 큰 욕심일까? 한 번쯤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번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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