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비언트와 R&B의 기묘한 만남
라드뮤지엄(Rad Museum). 이름에 격조가 느껴진다. 무려 '박물관(museum)'을 차용해서 지은 이름이라면, 그 이름값을 하기 위한 음악 세계를 선보여야 마땅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라드뮤지엄의 음악에서 가장 돋보이는 두 가지 요소는 몽롱하게 울리는 리버브 음향과 촘촘하게 쌓아올린 화성이다. 철저한 계산과 설계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음들의 층계는 청자의 마음에 오묘한 공명감을 만든다.
2017년에 발표한 EP 앨범인 [Scene]의 첫 트랙 'Over The Fence'부터 들어보자. 빈티지 악기들과 자연 소리들의 조화를 통해 앰비언트(Ambient) 음악을 듣는 것 같은 신비로움마저 선사했다. 이런 부분들을 보면 그가 음악적 뿌리는 R&B에 두고 있지만, 일반적인 얼터너티브 R&B와도 결이 조금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넓은 공간에서 울리는 것 같은 특유의 잔향 효과를 보컬에 입히고, 교회 화성을 연상케 하는 후반부의 성스러운 분위기가 빛을 발하는 'Cloud'도 훌륭하다.
그러나 'Dancing In The Rain'은 좀 처지는 분위기이고, 갑작스럽게 펑크 록(Punk Rock) 사운드를 내보이는 [ㅗ매드키드ㅗ]는 당혹스럽다. 물론 박물관에는 다양한 유물이 많다. 그중에는 깨진 것도 있을 거고, 제대로 보존된 것도 있을 거다. 하지만 통일성을 중시하는 나로서는 이런 구성이 익숙하지는 않다. 중반부에서 맥을 잃어버린 뒤부터는 결국 분위기를 제대로 가져오지 못하고 앨범은 끝나고 만다.
2022년에 발표한 정규 1집 [Rad]는 [Scene]보다는 통일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의 흔들리지 않는 음악적 방향성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지혜롭게 가지를 쳐서 뻗어나가고 있는 모양새이다. 5년 사이에 프로듀싱에 대한 조언을 다수 받았으리라 예상해 본다. 이 앨범에서 가장 재미있게 들었던 곡은 원슈타인과 함께 부른 2번 트랙 'AirDrop'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를 에어드랍에 빗댄 발상이 참신했고, 음악적 표현도 뛰어났다. 그 밖에도 딘(DEAN), 이하이가 목소리를 보탠 'Off-Line' 정도를 더 추천할 수는 있겠지만, 앨범 전체를 다 들어보라고 권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자이언티, 크러쉬, 딘으로 이어지는 얼터너티브 R&B 계보를 이을 수 있는 가능성이 보였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퀄리티가 나오지 않아 안타깝다. 하지만 성공도 다 때가 있는 법. 꾸준히 하다 보면 자신만의 독창성을 발견할 때도 올 것이다. 힌트는 자기 자신에게 있다. [Scene] 앨범의 초반부만큼은 정말 인상적이고 훌륭했다. 그 대목을 제대로 연구하고 성찰한다면 세계관 확립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제안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