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미로운 음색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싱어송라이터
왼쪽부터 싱글 [귀를 막아줘] (2020), [너를 그리다] (2015), [눈을 보고 말해요] (2017), [쉬는날] (2017),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2017), EP [작은 이야기] (2013), OST 싱글 'Lovesome' (2016), 싱글 [핑퐁 (pingpong)] (2018), [Drive Away 2] (2017), 정규 1집 [My Name Is Ra.D] (2003), 베스트 앨범 [Ra.D] (2020), 정규 2집 [RealCollabo] (2008), 리믹스 앨범 [RealCollabo+RMX] (2009)이다.
R&B에 기반한 달콤하고 감미로운 음악을 만들고 부르는 싱어송라이터 라디(Ra.D)가 있다. 모두가 다 아는 대국민적 스타는 아니지만, 음악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지금까지 정규앨범은 세 장 발표했고, 다수의 싱글을 발표했다. 가장 히트한 앨범은 2009년에 발표한 2집의 리믹스 앨범 [RealCollabo+RMX]로, 이 앨범에 수록된 'I'm In Love (Piano RMX)'가 라디를 대표하는 명함 같은 곡이다.
라디는 2003년에 정규 1집 앨범 [My Name Is Ra.D]로 데뷔했으며, '소원'이라는 곡을 타이틀로 하여 활동했다. 힙합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와썹(Wassup)이라는 예명으로 이름이 좀 알려져 있던 터라 이 앨범 또한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조금씩 화제를 모으기는 했으나, 크게 흥행하지는 못했다. 그저 '라디'라는 싱어송라이터가 등장했다는 사실만을 알려주는 데에 그친 앨범이라고 볼 수 있겠다.
전성기는 2집 [RealCollabo]에서부터였다. 이때부터 대중적인 '히트작'이랄 만한 곡을 제법 많이 써냈다. '떠난 내 님은', 'I'm In Love', '엄마', 'Goodbye', 'Couple Song', '너와 함께 있음을' 등 이 앨범은 실로 명곡 파티이다. 라디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은 고음이나 큰 성량으로 결코 내지르는 법 없이 속삭이듯 노래하지만 기어코 듣는 사람을 설득시키고야 만다는 것인데, 이 2집 앨범에서 그 특유의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났다.
그리고 리믹스 앨범 [RealCollabo+RMX]이다. 뛰어난 원작을 리믹스한 버전이니 당연히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는 보장한다고 봐야 한다. 심지어 'I'm In Love'는 빠른 비트의 일렉트로니카 팝 사운드가 원곡인데, 비트감을 제거하고 오로지 피아노 반주에만 맞춰서 부르는 것으로 다시 다듬었다. 그런데 이 버전이 대중적으로 완전히 떠버린 것이다. 전국의 숱한 남자들이 고백송 혹은 축가로 이 곡을 선택해서 불렀다. 아마 이 곡을 선택한 데에는 남자들이 두려워하는 '고음'이 없다는 요소가 한몫 톡톡이 했으리라. 하지만...
이 곡은 부르기 간단한 곡이 결코 아니다. 특히 1절 후렴이 끝나고부터 리듬과 밀당을 하기 시작하는데, 이 부분을 잘못 소화하면 굉장히 지루해지거나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 되어버린다. 드럼 비트가 있다고 상상하며 음색의 밀도를 교묘하게 조절해가면서 리드미컬하게 소화해야 하는데 이건 보통 기술이 아니다. 아마 도전했던 많은 이들이 이 대목에서 어려움을 토로했으리라 예상해 본다.
그 이후에 좋았던 작품으로는 2013년에 발표한 EP 앨범인 [작은 이야기]가 있었다. 6곡이 수록되어 있었는데, 타이틀곡 '고마워 고마워'도 라디 특유의 리듬감이 잘 살아있는 훌륭한 트랙이었고, 허스키한 음색의 가수 신지수와 듀엣한 아련한 발라드 '오랜만이죠'도 좋았다. 압권은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을 라디 방식으로 재해석한 대목이었다. 1절은 유재하 식으로 담담하게 부르다가 2절부터 본인의 주무기를 꺼내드는 전략적인 어프로치가 인상적이었다.
이후 다수의 싱글을 발표하긴 했으나, 귀를 잡아끄는 트랙은 그다지 없었다. '그냥 라디구나' 정도에 그쳤달까. 꾸준히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건 쉽지 않다. 더구나 라디처럼 선택지가 많지 않은 보컬리스트에게는 표현의 한계가 반드시 생길 수밖에 없다. 대신 그는 보컬리스트이기만 한 게 아니라 훌륭한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그 점을 살려 요즘에는 프로듀서로 주된 활동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자신에 대해 잘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명민한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