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vin Harris

슈퍼스타 여기여기 다 모여라

by Charles Walker
스크린샷 2025-12-29 오전 9.47.51.png Calvin Harris [Funk Wav Bounces Vol.1] (2017)

이 앨범을 전체 다 들어보자고 마음먹었던 계기는 앨범 수록곡 중 하나인 'Feels'의 뮤직비디오를 유튜브에서 보고 나서였다. 패럴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와 케이티 페리(Katy Perry), 그리고 래퍼 빅 션(Big Sean)이 함께 부른 이 곡은 일단 정말 신났고,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모든 오브제들의 색감이나 질감들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런 대스타들을 음악으로 한데 아우를 수 있는 캘빈 해리스(Calvin Harris)라는 인물은 어떤 음악을 하는 사람인가, 자연스레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참여한 뮤지션 중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사람만 해도 프랭크 오션(Frank Ocean),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퓨처(Future), 칼리드(Khalid),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 스눕 독(Snoop Dogg), 존 레전드(John Legend), 니키 미나즈(Nicki Minaj), 켈라니(Kehlani) 등이다. 모르긴 해도 캘빈 해리스 이 사람, 정말 좋은 사람일 거다. 이런 대스타들이 한마음으로 모여 자신의 프로젝트를 소매 걷어부치고 돕게 만들었다는 점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다(아니면... 엄청나게 무서운 사람이거나. 그건 아니길 빈다.).


'Funk Wav'라는 제목에 걸맞게도 훵크 사운드가 전면에 배치되어 있다. 화려한 베이스 플레이가 앨범의 전체 사운드를 지배하고 있고, 빈티지한 신디사이저 소스를 적극 활용하여 옛스러움을 더했다. 2017년에 나온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적 요소라고는 참여한 뮤지션들의 목소리밖에 없다. 그것들을 다 걷어낸다면 80년대에 나온 앨범이라고 해도 믿을 것이다.


앨범의 첫 트랙이자 기계음으로 변조된 목소리로 무어라 방언 같은 것을 외치며 인상적으로 시작하는 'Slide'는 프랭크 오션의 굵직한 보컬이 하드캐리를 제대로 했고, 아리아나 그란데의 천사 같은 목소리가 잘 어우러진 'Heartstroke' 또한 너무나 듣기 좋은 팝 트랙이다. 70년대 훵크 밴드들의 사운드를 벤치마킹한 듯한 'Rollin'도 멋있었고, 로우파이(Lo-Fi) 느낌의 몽환적인 비트와 주문을 거는 듯한 스눕 독의 랩이 잘 어우러진 'Holiday'도 훌륭했다.


사실 이 앨범은 어느 한 곡을 콕 짚어 추천하기 어렵다. 물론 훵크라고 해서 왁자지껄한 댄스 파티에 어울릴 만큼 폭발력이 강하거나 하는 앨범은 아니다. 그냥 앨범을 통째로 틀어놓고 가볍게 고개를 까딱일 수 있는 무드라면 충분하다. 서너 명의 소중한 지인들을 초대한 소소한 식사 자리나 술자리에서 틀어놓기 적절한 앨범이랄까. 훗날 발표된 [Funk Wav Bounces Vol.2]도 들어봤는데, 전작이 워낙 뛰어난 탓에 기대치가 높았던 탓인지 그다지 와닿지는 않았다. 역시 오리지널을 뛰어넘는 속편은 없는 법일까.

이전 09화Cal Tja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