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벨벳

웰-메이드 팝의 옷을 입은 아이돌 음악

by Charles Walker
스크린샷 2025-12-30 오후 4.24.20.png 레드벨벳이 발표한 다수의 앨범들.

왼쪽부터 미니앨범 [The Red Summer] (2017), [The ReVe Festival 2022 : Feel My Rhythm] (2022), 정규 1집 앨범 [The ReVe Festival : Finale] (2019), 미니앨범 [Summer Magic] (2018), 웬디 미니 3집 앨범 [Cerulean Verge] (2025), 웬디 미니 1집 앨범 [Like Water - The 1st Mini Album] (2021), 웬디 미니 2집 앨범 [Wish You Hell - The 2nd Mini Album] (2024), 조이 스페셜 리메이크 앨범 [HELLO - Special Album] (2021)이다.


레드벨벳(Red Velvet)은 SM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5인조 걸그룹으로, 위에 소개한 앨범들 말고도 다수의 앨범과 싱글을 발표하였다. 데뷔는 2014년 8월, '행복(Happiness)'이라는 곡으로 하였으며 그룹의 대표곡으로는 2017년작 미니앨범인 [The Red Summer]의 타이틀곡인 '빨간 맛'과 그 이듬해 발표한 [Summer Magic]의 타이틀곡인 'Power Up', 정규 1집 앨범의 타이틀곡인 'Psycho' 등이 있다.


특히 'Psycho'의 경우 작년 한해 동안 OTT 시장을 휩쓸었던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주인공 루미 역을 맡아 OST 'Golden'을 만들고 부른 작곡가 겸 가수 이재(EJAE)의 작품으로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된 바 있다.


팀명인 '레드(Red)'와 '벨벳(Velvet)'을 구분하여, 밝고 깜찍한 느낌의 레드와 몽환적이고 신비한 느낌의 벨벳 컨셉트를 이리저리 오가며 활동 방향성을 정하는 편이다. 대표적으로 '빨간 맛' 같은 곡이 레드 컨셉트에 속하며, 'Bad Boy' 같은 곡은 벨벳 컨셉트에 속한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SM의 방향성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 활동 초창기에 바짝 집중하다가 연차가 쌓이면 유야무야 없어져버리는 것 같기도 하다. 요즘은 딱히 그런 컨셉트를 구별해서 나오는 편은 아닌 듯.


내가 특히 눈여겨보았던 활동은 2021년에 메인 보컬인 웬디(Wendy, 본명 손승완)가 솔로 미니 앨범을 냈던 때였다. 타이틀곡은 브리티쉬 록 풍의 'Like Water'였는데, 그 곡보다는 첫 번째 트랙인 'When This Rain Stops'가 압권이었다. 피아노 선율 위에 웬디의 보컬만 얹은 미니멀한 편성인데, 결코 미니멀하게 들리지 않는다는 게 함정이다. 아이돌 보컬 중에서 태연 이후로 이렇게 타격감이 큰 목소리를 오랜만에 들어본 것 같았다. 음을 위에서 찍어누르듯 직선적으로 내리꽂는 창법을 구사하지만, 표현되는 감성은 무척 섬세하고 부드럽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이 곡 하나로 떼어버려도 충분할 것 같다. 아니, 사실 애초에 요즘은 아이돌 출신이 주홍글씨로 여겨지는 시대도 아니다. 어쨌든, 웬디의 가창력은 앞으로도 주목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일환으로 2024년, 2025년에 연이어 발표한 두 미니앨범인 [Wish You Hell]과 [Cerulean Verge]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좋은 곡을 만나는 게 쉬운 일은 아니구나, 싶었다. 웬디 정도의 실력을 갖춘 보컬이 왜 자기 목소리를 악기 뒤로 자꾸 숨기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최대한 미니멀한 구성이 웬디에게는 가장 잘 어울린다. 이런 목소리는 악기가 오히려 방해 요소라는 걸 아는 프로듀서를 만났으면 좋겠다.


레드벨벳은 오래 활동한 만큼, 일부 멤버가 적절하지 못한 행동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일도 있었다. 게다가 그 일을 계기로 대중들 또한 연예인의 윤리 의식을 상당히 중시한다는 사실 또한 알 수 있게 되었다. 팀의 브랜드 가치가 한창 최고치를 찍고 있을 때 일어난 일이라, 그 일이 있고부터 레드벨벳의 행보는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게 사실이다. 성공한 사람일수록 그에 맞는 인성과 품격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을 그이도 이번 계기로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웠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배운 것을 잘 실천하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면 등을 돌렸던 대중들의 마음도 되돌려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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