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스트 (RUST)

현대 재즈의 복잡미묘함을 R&B로 풀어낸 뮤지션

by Charles Walker
RUST [MUZE] (2018)

심상치 않은 앨범이다. 그저 그런 R&B 앨범인 줄 알고 별 기대 없이 들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한 방 제대로 맞은 느낌이다. 첫 트랙 'Prologue'에서부터 로버트 글래스퍼(Robert Glasper)와 같은 현대 재즈 뮤지션을 연상케 하는 복잡한 화성과 몽환적인 보컬 스캣이 묘한 분위기를 감돌게 한다. 불안하게 요동치는 듯한 드럼 비트 위에 신경증적으로 노래하는 'Tunnel Vision'도 비슷한 분위기를 이어받고 있다. 앨범은 일관된 분위기를 유지한 채 무심하게 흘러간다.


이 앨범은 R&B 앨범이 아니다. 현대 재즈 앨범에 훨씬 더 가깝다. 비슷한 부류를 대 보라면 앞서 말한 로버트 글래스퍼나 카마시 워싱턴(Kamasi Washington), 아니면 조금 더 소울의 흥취가 묻어나게 하는 썬더캣(Thundercat) 같은 뮤지션들에게서 그 본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류들은 무진장 난해하고 어렵다. 오래 앉아서 듣고 있기에 인내심을 요하는 음악들이다. 러스트가 한 일은 이 어려운 음악들의 좋은 요소를 뽑아서 쉽게 풀어내고 듣는 재미를 더한 것이다.


'그래도 나는 이렇게 복잡한 음악은 싫어! 안 듣고 싶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이들을 위해서 대중친화적인 트랙 하나가 마련되어 있다. 바로 '감사해'라는 곡이다. 이 곡은 (많지 않지만) 자신의 노래를 지지해 주는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담히 전하는 노래이다. 이 곡은 마지막 11번 트랙에 'Gratitude'라는 영어 버전으로도 수록되어 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들을지 몰라도 나는 이 앨범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재즈도 워낙 좋아하는데다 R&B스러운 요소도 있어서 내 입장에선 이 앨범이 그렇게 어렵거나 힘겹게 들리지 않았다. 현대 재즈의 난해함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청중이라면 이 앨범에서 재미를 찾으실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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