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최연소 데뷔 기록을 보유한 남자 R&B 가수
리치(Rich, 본명 이대용)는 1998년 보이그룹 이글파이브의 막내로 데뷔하였는데, 당시 나이가 만 12세로 가요계 최연소였다고 한다(당시 활동명은 대니). 하지만 이글파이브는 대니의 최연소 데뷔 말고는 특별한 이목을 끌지 못하고 금방 사라졌고, 대니는 활동명을 리치로 바꾸고 2001년 '사랑해 이 말밖엔...'이라는 곡을 타이틀로 내세워 R&B 가수로 성공적인 데뷔를 한다.
'사랑해 이 말밖엔...'은 당시 브라운 아이즈(Brown Eyes)가 선보였던 미디움 템포의 R&B 곡으로, 시류에 힘입어 제법 그럴싸한 곡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각인되었다. 1집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리치는 2년여 간의 시간 동안 공을 들여 만든 2집 [Dream On The Hill]을 발표하는데, 이 앨범의 타이틀곡 '오늘부터'와 후속곡인 '집으로 가는 길'이 모두 큰 인기를 얻으며 성공의 길을 걷게 된다.
리치의 2집 앨범은 타이틀곡과 후속곡처럼 힘 있는 트랙들만 좋은 싱글 커트용 소모성 앨범이 결코 아니다. 1집의 타이틀곡 '사랑해 이 말밖엔...'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간 미디움 템포 R&B '사랑을 얘기할 때'를 비롯하여, 리치의 촉촉한 감성이 돋보이는 발라드 '말하지 그랬어', '거꾸로 가는 시계', 빠른 템포에 비트감이 제법 느껴지는 'What A Feeling', 엘 드바지(El DeBarge)의 원곡을 번안한 '창문너머 그녀' 등 전곡이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하는 웰-메이드 앨범이다.
2000년대 초반에는 한국형 R&B 스타일로 좋은 앨범들이 참 많이 나왔었다. 리치의 2집 [Dream On The Hill]은 당당히 그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명반이다. 안타깝게도 리치는 2집 이후부터는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지금은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성공한 가수로서 살아봤으니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