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부터 트롯까지 못하는 게 없는 만능 디바
왼쪽부터 정규 2집 [Can U See The Bright?] (2004), 정규 1집 [Have You Ever Had Heart Broken?] (2002), 정규 4집 [The Pride Of The Morning] (2007), 정규 9집 [9X9th] (2015)이다.
가수 린(LYn, 본명 이세진)의 존재감은 특별하다. 요즘엔 백지영의 뒤를 이어 OST 여왕으로 불리울 만큼 린의 목소리 연기 솜씨는 가히 일품이다. 특유의 비음 섞인 목소리와 섬세한 떨림은 평범하고 진부한 노랫말에도 드라마틱한 서사를 부여한다.
하지만 린의 커리어는 시작부터 이렇게 완성도가 있지는 않았다. 2002년에 발표한 정규 1집 [Have You Ever Had Heart Broken?]은 난데없이 힙합 컨셉트의 곡을 첫 트랙에 배치한다든지, 뒤로 갈수록 세기말 테크노 댄스곡으로 흘러간다든지 하며 중심이 잡히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김조한이 작곡한 타이틀곡 '사랑에 아파본 적 있나요?'는 훌륭한 곡이었다. 앨범의 낮은 완성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가수가 아닌 당시의 프로듀서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분명히 장담하건대, 린의 1집은 가수가 잘 될 것이라는 기대를 1도 하지 않고 만든 것일 테다.
하지만 2년 후에 나온 2집 앨범 [Can U See The Bright?]은 달랐다. 우선 공전의 히트곡 '...사랑했잖아...'를 수록하고 있는 앨범이다. 이 곡은 이수영의 '휠릴리', 거미의 '기억상실'과 함께 2004년을 대표하는 곡 중 하나로 단단히 자리매김했다. 성공적인 타이틀곡 덕택에 린도 박정현, 박화요비, 거미 등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가수가 될 수 있었다. 이 앨범에는 '...사랑했잖아...' 이외에도 '인사', '들리니' 등 린의 주특기인 R&B 발라드도 수록되어 있고, 독특하고 몽환적인 느낌의 '사막에서 꿈꾸다', 슬로우 잼 넘버 'Baby Tonight', 라틴 느낌을 가미한 'Stay With Me' 등의 완성도 높은 곡들이 많이 수록되었다.
휘성이 작곡한 '이별살이'를 타이틀곡으로 활동한 4집 [The Pride Of The Morning]도 명반이다. 혹자는 이 앨범을 듣고 나서 혹시 베스트 앨범이 아닌가 의심할 정도로 전곡이 훌륭하다. 2집의 성공이 안타였다면, 4집으로 굳히기 만루홈런을 날린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이별살이' 이외에도 원곡과 다른 테마의 팝 발라드로 재해석된 속편 '...사랑했잖아 part 2', 어쿠스틱한 분위기가 타미아(Tamia)의 명곡 'Officially Missing You'를 떠올리게 만드는 사랑스러운 곡 'Kissing U', 소울맨(Soulman, 본명 강태우)과의 듀엣으로 표현한 '눈물이 마를까요', 3박자의 애절하고 아련한 발라드 '눈을 떠도 감아도' 등을 추천할 만하다.
2015년에 나온 정규 9집은 사실 흥행적으로는 실패한 앨범이다. 바이브의 류재현이 프로듀싱을 맡았는데, 독특하게도 라틴 재즈, 집시 음악, 심지어 트롯까지 선보이며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비록 대중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훗날 '현역가왕' 등의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트롯을 소화하는 데에도 아무런 손색이 없음을 보여주는 데에 이 앨범에서의 경험이 분명 한몫 단단히 했으리라 생각한다.
이대로 묻히기엔 너무 아까운 앨범이라, 타이틀곡 '사랑은 그렇게 또 다른 누구에게'를 비롯하여, 속도감이 느껴지는 라틴 재즈 넘버 '이별주', 도시의 어스름 같은 블루스 리듬이 농염하게 적셔오는 듯한 '주정 블루스', 사랑의 달콤함을 귀엽게 노래한 'Only You', 최백호가 선사한 두 곡인 '청사포'와 '그리움은 사랑이 아니더이다' 등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