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트로

졸고를 내보내며 힘없이 뱉는 소회

by Charles Walker

글을 이렇게 힘겹게 쓴 적이 언제였던가 싶을 정도로 이번 원고는 힘들었다. 솔직히 이 기획으로 약 20장 정도의 앨범을 다루려고 준비했었는데, 반 이상을 덜어내고 재빨리 마무리했다. 가장 큰 이유는, 내가 감히 이 앨범들을 두고 '저평가되었다'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갑자기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의문에 사로잡힌 후부터는 글쓰기가 정말 어려웠다. 원래 사람이란 자기 확신에 의해 움직이는 동물이지 않는가? 자기 확신이 흔들리기 시작한 뒤부터는 원고를 끝까지 잡고 가는 것 자체가 너무나 힘들었다. 지금 아웃트로를 쓰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내겐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다음 원고에 대한 아이디어가 아직까지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꿈꿔 왔던 문학(시, 소설)을 이제는 시도해 봐야 할 때가 된 건가 싶기도 하고... 아직은 엄두가 나지 않기도 하고... 그렇다고 에세이를 한 번 더 쓰고 싶지는 않고... 갈팡질팡하는 중이다.


다행스럽게도 내겐 아직 글이 있다. 비공식적인 글이긴 하지만 '금연일기' 말이다. 내가 금연 상태를 유지하는 한 이 글은 계속 쓸 수 있다. (금연에 실패하면 그나마 있는 콘텐츠도 없어지는 거다!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것이다...)


당분간은 금연일기만 소소하게 쓰면서, 어떤 글을 책으로 내야 할지 구상하는 시간을 좀 가져야 하겠다. 그 동안 책으로 묶은 원고만 세 권이나 되었는데 적은 성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브런치 작가가 된 후부터 나름대로 쉼 없이 달려왔고 앞으로도 더 좋은 작가로 오랫동안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이번에도 될 거라 생각하지 않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청했던 건데 덜컥 돼 버려서 정말 깜짝 놀랐다. 그래서 정말 의욕적으로 열심히 썼다. 어쩌면 지금쯤 소진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일 거라 생각한다.


더 오랫동안 쓰고, 쓰는 행위를 멈추지 않으며 계속 살아가기 위해 지금은 움츠릴 때이다. 쉬어야 할 때, 명분이 생겼을 때 쉬어야겠다.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더 많이 읽으며 영감도 받고 훈련도 하며 시간을 보내야겠다.

keyword
이전 11화린 정규 9집 [9X9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