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비례하는 마음, 이게 맞나?
어제까지만 해도 고교학점제의 모순을 해결해 달라는 성명서를 작성해 보려고 시도하는 등 뭔가 '좋은 교사'스러운 행동들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오늘 급제동이 걸렸다. 돌려 말하지 않겠다. 그냥, 지금은 남의 새끼들 좋자고 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러기엔 내가 너무 지쳤고, 상처입었다. 물론 회복 중이고 경과도 좋지만 이제 다시는 섣불리 '좋은 교사'가 되려는 마음은 먹지 못할 것 같다.
물론 '좋은 직업인'이 되려는 마음 또한 마찬가지다. 얼마 전 학교에 일이 있어 방문했을 때, 행정실장님이 '돌아오면 일 많이 해야 한다'라고 뼈 있는 농담(제발 농담이길 바란다)을 하길래 앙탈(?)을 부리며 급하게 도망가 버렸다. 근데 나는 진심으로 예전처럼 그렇게 나를 갈아넣으면서 학교에 헌신하지 못할 것 같다. 그럴 만한 체력도 없고, 몸이 받쳐준다 하더라도 마음이 그쪽으로 가질 않는다. 그냥 딱 돈값만 하고 오자는 게 지금의 내 생각이다.
이렇게 생각이 바뀐 건 올해 있었던 일련의 일들로 내가 쉬게 된 일 때문인 것도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 학교에 헌신하면 가족을 돌보지 못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이다. 삶은 균형 있게 살아야 한다. 쉬면서 느낀 건, 너무 가정에만 매달려 있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사실이었다. 일하라고 정해진 시간에는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가족과 함께 쉬어야 한다. 일을 하면서도 여가 선용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절대로, '일만' 하며 살아서는 안 된다.
좋은 교사, 좋은 직업인이 되고자 하는 마음과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반비례 관계에 놓여 있다. 이게 맞나? 둘 다 될 수는 없는 걸까? 정녕? 아무리 짱구를 굴려봐도 지금의 시스템 아래에선 둘 다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럼 난 주저 않고 후자를 택한다. 속만 썩이는 남의 새끼들한테 매달릴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서 내 새끼를 더 챙기련다. 바보가 아닌 이상 그게 맞지 않는가? 나는 교사이기 이전에 아빠이고 사람이다. 더 나아가, 새끼 챙기기 전에 나와 내 분신인 아내를 먼저 챙겨야 한다. 냉정하다고, 교사 자격 없다고 비난해도 어쩔 수 없다. 교사 자격은 비난하는 사람들이 준 게 아니라 나라에서 줬다. 난 이미 자격을 받았으므로 뭇 사람들 입에서 내 교사 자격 여부가 오르내릴 하등의 이유가 없다.
되는 대로 하고, 안 되면 안 한다. 돌아갔을 때 내가 이 원칙을 부디 잘 지킬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