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달리다 홀로 남은 이야기
고등학교 2학년 봄, 동수는 언제나 그랬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교실로 들어왔다. 하지만 그날은 무언가 달랐다. 그의 눈에는 평소보다 더 반짝이는 빛이 있었고, 발걸음에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야 새끼들, 이거 봐봐!"
동수가 창밖을 가리키며 큰소리쳤다. 교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주차장에는 새빨간 오토바이 한 대가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형이 타던 거 물려받았다. 이제 등하교 때 걸어다닐 필요 없어!"
그때까지 나는 오토바이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동수가 오토바이에 올라타는 모습을 보는 순간, 무언가 다른 세계로 떠나는 것 같은 부러움이 밀려왔다.
"야, 너도 타볼래? 뒤에 앉아봐."
처음 동수의 오토바이 뒤에 앉았을 때의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엔진의 진동이 몸을 타고 올라왔고, 출발과 함께 뺨을 스치는 바람은 그 어떤 것보다 상쾌했다.
그 스릴에 완전히 매료된 나는 동수에게 간청했다.
"야, 나도 하나 사고 싶어!"
결국 모아 둔 돈을 털어 중고 파란색 오토바이를 샀다. 동수의 빨간색과 대조되는 내 파란색 오토바이는 마치 쌍둥이처럼 보였다.
이제 우리는 진짜 파트너가 되었다. 수업을 빼먹고 PC방에 가거나, 당구장에서 시간을 때우다가 오토바이로 시내를 돌아다녔다. 밤늦게 편의점 앞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새벽까지 도로를 달리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야, 저 앞 신호등까지 먼저 가는 놈이 이기는 거다!"
"에이 좆까, 너한테 질 거 같냐!"
우리는 신호등마다 출발선처럼 여기며 무모한 경주를 즐겼다. 때로는 동네 선배들과 어울려 밤중에 폭주족 흉내를 내기도 했고, 경찰차만 보이면 골목으로 도망치며 아슬아슬한 스릴을 만끽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점점 더 무모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운전하던 우리가 어느 순간부터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을 즐기기 시작했고, 급한 날에는 차들 사이를 비집고 지나가는 '칼치기'를 서슴지 않았다.
"야, 너무 위험하지 않냐? 좀 천천히 가자."
"쫄기는, 이 정도는 껌이지!"
동수의 자신만만한 대답 뒤에는 항상 불안함이 따라왔다. 특히 교통량이 많은 등하교 시간에 버스들 사이를 누비며 지나가는 우리의 모습은 위험하기 그지없었다.
5월의 어느 화요일 하교길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우리는 각자의 오토바이에 올라타 함께 집으로 향했다. 그날따라 교통체증이 심했고, 동수는 조급해하며 엔진을 몇 번 공회전시켰다.
"야, 저기 사이로 빠져나가자. 이렇게 막히면 언제 집에 가냐."
동수가 가리킨 곳은 버스와 덤프트럭 사이의 좁은 틈이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불안함을 느꼈다.
"동수야, 오늘은 그냥 기다리자. 너무 위험해 보이는데."
"쫄지말고 임마, 따라와!"
동수는 내 말을 듣지 않고 쏜살같이 앞서 나갔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뒤따랐다.
그리고 그 순간...
버스와 덤프트럭이 동시에 차선을 바꿨다. 앞서 가던 동수는 급하게 핸들을 꺾었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간발의 차이로 급브레이크를 잡아 사고를 피했지만, 동수는 그럴 시간이 없었다.
"동수야!"
내 절규와 함께 세상이 느려졌다. 쇳소리와 함께 동수의 몸이 공중으로 날아갔고, 빨간 오토바이는 산산조각이 났다.
나는 미친 듯이 동수에게 달려갔다. 그는 도로 위에 쓰러져 있었고, 입가에서는 선홍빛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동수야! 동수야! 정신 차려!"
그의 눈이 천천히 나를 향했다. 평소의 환한 미소 대신,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이 있었다.
"아... 씨발... 존나... 아프다..."
그것이 동수가 내게 한 마지막 말이었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울부짖었다. 구급차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지만, 이미 동수는 차가워지고 있었다.
동수의 장례식 이후, 나는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매일 밤 그 순간이 악몽처럼 되돌아왔고, 오토바이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주차장에 세워둔 내 파란색 오토바이는 먼지를 뒤집어썼다. 동수와 함께 온 도시를 누비던 그 오토바이를 보면 죄책감이 밀려왔다.
'왜 내가 살아남았을까?'
'왜 나는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들 때문에 나는 더 이상 오토바이를 탈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오토바이를 팔아버렸다. 동수와의 모든 추억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