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로 돌아가다

과거의 그늘을 걷어내고 다시 찾은 신앙의 길

by 김재훈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나는 교회와 담을 쌓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매주 토요일 밤 친구들과 술자리를 즐기다 보니 일요일 아침 예배는 고문과도 같았다. 가끔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억지로 교회에 가게 되면,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반항했다. 교회 마당에서 대놓고 담배를 피우며 내 불만을 표현했다. 성도들의 따가운 시선과 수군거림이 점점 커져갔고, 결국 부모님마저도 더 이상 나에게 교회를 권하지 않으셨다. 그것이 우리 가족에게는 일종의 침묵의 합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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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신앙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오던 내게 예상치 못한 전환점이 찾아왔다. 군 제대 후 무릎 연골 수술을 받고 병실에 누워있던 어느 오후였다. 문이 열리고 부모님과 함께 낯익은 얼굴을 한 청년 두 명이 들어왔다.


"재훈아, 오랜만이다."


첫 번째 방문자는 민철이 형이었다. 나보다 한 살 많고, 고려대를 다니는 수재로 이름난 형이었다. 어렸을 때 교회에서 몇 번 마주쳤던 기억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그는 언제나 모범생의 이미지였고, 교회에서도 열심히 봉사하는 청년이었다.


두 번째 방문자는 더욱 놀라웠다. 지역에서 싸움꾼으로 이름을 날리던 병수 형이었다.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술집에서 선배들의 소개로 인사를 나눴던 그 형이 지금은 교회 청년이 되어 내 앞에 서 있었다. 당시 고3이었던 그의 강렬했던 인상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났다.


"어떻게... 두 분이 같이?"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두 사람은 미소를 교환하며 설명했다. 병원 앞에서 노방 전도를 하던 중에 우리 부모님을 만났고, 부모님께서 아들이 입원해 있으니 올라가 보라고 권하셨다고 했다. 부모님은 병실을 나가시며 두 형에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재훈이가 다시 교회로 돌아올 수 있게 도와주세요."


병실에 우리 셋만 남자, 이런저런 근황을 나누었다. 학교 이야기, 군대 이야기, 그리고 각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특히 병수 형의 변화가 놀라웠다. 한때 주먹으로 이름을 날리던 그가 이제는 교회에서 헌신하는 청년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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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무르익을 무렵, 병수 형이 갑자기 물었다.


"재훈아, 교회 다시 안 나올래?"


그 질문은 사실 내 마음속에서도 오랫동안 맴돌던 것이었다. 군 복무 중에 나는 많은 것을 생각했다. '군대 가면 철든다'는 말처럼, 제대가 가까워질수록 지난날의 반항심과 방황이 무의미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께 효도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여러 번 했다. 그중에서도 부모님의 평생소원은 내가 교회에 다시 나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과거에는 상상도 못 했을 두 사람 - 모범생이었던 민철이 형과 싸움꾼이었던 병수 형이 함께 나를 초대하고 있었다. 나의 어두운 과거를 다 알면서도. 이것이 우연인지, 아니면 무언가의 인도인지 생각이 들었다.


"한번 가볼게요."




몇 주 후 퇴원하고, 약속대로 그 주 일요일에 교회를 찾았다. 오랜만에 들어선 교회는 낯설면서도 익숙했다. 민철이 형의 안내를 받아 별관 1층에 위치한 대학부실로 향했다. 방학이라 고향에 돌아온 대학생들로 실내는 북적였다. 바닥에 앉아 예배드리는 공간이었는데,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그런데 내가 들어서자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 사람들 사이로 길이 열렸다. 가운데쯤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이상하게도 내 주변 반경 1미터는 아무도 앉지 않았다. 이미 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왜 내 주변만 공간이 비어있는지 의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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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민철이 형을 통해 들은 이야기는 다소 씁쓸했다. 내 인상이 사납게 보였을 뿐만 아니라, 이미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지역에서 '나쁜 짓'을 많이 하고 다녔던 내 이력이 소문으로 퍼져 있었던 것이다. 아무도 내 옆에 앉고 싶어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상처받았지만, 어쩌면 이것도 내가 걸어온 길의 당연한 결과였다. 내가 지은 담을 허무는 것은 하루아침에 될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적어도 두 명의 형들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었다. 어쩌면 그것이 진정한 신앙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날 예배를 마치고 나오면서, 이상하게도 가벼워진 마음을 느꼈다. 내 주변에 아무도 앉지 않았던 그 공간은, 어쩌면 새로운 시작을 위해 비워둔 자리였는지도 모른다. 과거의 내가 떠나고, 새로운 내가 채워갈 공간.


이렇게 나의 신앙 회복은,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가장 나약해진 순간에 시작되었다. 강함을 추구하던 내가 무릎 수술로 병상에 누워있을 때, 진정한 강함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깨달음을 준 것은 다름 아닌 과거에 내가 존경하지 않았을 법한 두 사람의 조합이었다.


참 웃픈 일이었지만, 그것이 내 신앙의 전환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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