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4. 미국 현지에서 투자받기

미국 투자시장은 한국과 어떻게 다를까

by 도나
"당신은 버스 기사다.
문이 열리는 30초 안에 손님을 설득해 버스에 태워야 한다.
목적지와 노선을 간단하고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버스 뒤에는 그 손님을 태우려는 수 천대의 다른 버스들이 대기하고 있다.


727cb6_669c7f101ff14ac0b33005f8fbc9e1d6~mv2 copy.jpg



네트워킹 이벤트에서 만난 미국인 투자자 P는 실리콘밸리에서의 스타트업 피치를 이렇게 비유했다. 그는 "회사에 대한 장황한 설명은 아무도 듣지 않을 것"이라고 충고한다. 그의 말처럼 간결함과 명료함은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이 내세우는 스타트업 피치의 원칙 중 하나다. 아이디어나 비즈니스 모델이 복잡하다면 투자자들은 굳이 시간을 들여가며 당신의 아이디어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아이디어를 뾰족하게 만들어 직관적인 플레이를 하자. 짧은 시간이 주어지더라도 시간 안에 직면한 문제점을 짚어내고, 그에 대한 해결방안을 명확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짧게는 1분부터 길게는 30분까지 각기 다르게 주어지는 상황에 대비한 스크립트를 여러 버전으로 만들어두자.


실리콘밸리의 현 투자시장 흐름을 알고 싶다면 크런치베이스(Crunch Base)를 이용할 수 있다. 크런치베이스는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비즈니스 정보 제공 플랫폼'으로 기업의 경영진, 투자 및 자금 조달 정보, 보유 기술, 제품 상세정보, 경쟁 업체 등 다양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실리콘밸리 내 투자유치에 성공한 스타트업들의 비즈니스 모델과 성장 전략 및 성과를 파악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된다.


실리콘밸리의 투자시장을 파악했고, 자신만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명확하게 설명할 준비마저 끝냈다면 투자를 받을 수 있을까? 여전히 쉽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미국으로 건너온 수많은 스타트업들은 이미 자국에서 본인의 아이디어를 한번 검증받은 경우가 많다. 그것은 곧, 미국으로 몰려드는 수많은 외국계 스타트업들 또한 그들만의 쟁쟁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자신을 특별하게 만들 수 있는 카드 한 장이 더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대체될 수 없는 나만의 스토리'다.







문제를 해결할 사람이 왜 꼭 당신이어야 하는가


당신의 아이디어가 충분히 매력적이라면 사람들은 이제 '당신이라는 사람'에 대해 궁금해한다. 그들에게는 '왜 꼭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좋다. 실리콘밸리에는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이것은 곧 당신이 제시한 문제점을 해결해 낼 수 있는 대체제가 많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살벌한 이곳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는 건 바로 '우리만의 스토리'를 갖는 일이다. 상대방이 아무런 이득 없이도 나를 돕고자 한다면 그건 내게 그를 움직일만한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나의 진정성 그리고 확실하고 명확한 동기는 투자자에게 당신이 사업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준다.



[미국진출 첫걸음] 저는 실리콘밸리가 처음인데요_야무진 지음.jpg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 '아이디어에 투자하지 않는다'. 그들은 결국 '사람'에 투자한다.


단순히 아이디어 자체보다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누구나 낼 수 있지만,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힘이 곧 능력'이라고 그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투자는 결혼과도 같다. 단순히 자금을 대주는 투자처로서가 아닌 고된 여정을 함께하는 동반자라는 의미다. 그들은 딱딱한 오피스에 앉아 투자를 논하지 않는다. 멘로 파크에 위치한 카페의 야외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주말이면 야구 경기를 같이 보러 가자고 연락을 하기도 한다. 그들은 피치덱 너머에 있는 사람을 본다. 그리고 사업가의 여정을 함께 하는 것을 진정으로 즐긴다.


그렇기에 '당신과 여정을 함께하는 사람들'도 중요한 판단의 기준이 된다. 그들은 공동창업가의 여부부터 팀 구성까지 꼼꼼히 체크한다. 1인 창업가의 비율이 높은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공동 창업가의 여부가 꽤나 중요하다. 그렇기에 스타트업 피치 심사에서는 공동 창업가의 부재가 번번이 문제로 지적된다. 1인 창업가로서의 경험과 전문성의 한계, 업무 분담의 어려움, 독단적인 의사결정, 사업 확장의 한계 등을 문제 삼기 때문이다. 당신이 1인 창업가라면 이것에 대한 답변을 미리 생각해 보고, 문제 해결에 대한 근거를 준비해두어야 한다.


뷰티 코스메틱 분야에서 혁신적인 고객맞춤형 스킨케어 머신을 개발 중인 A사의 대표 A는 나이지리아 출신 캐나다인이다. 1인 창업가로서 미국 시장에서 겪을 수 있는 문제점을 물었다. "미국에서는 대체적으로 1인 창업가라고 하면 탐탁지 않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자자들에게 지적을 받기도 하죠."라며 "하지만 좋은 사례도 많습니다. 세계적인 화상회의 플랫폼 Zoom을 탄생시킨 에릭 유안(Eric Yuan) 도 1인 창업가였죠. 1인 창업가에 대한 인식이 점점 변화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1 인 창업가로서 가진 약점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는 늘 고민해야 합니다."라며 이 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결국, 투자는 숫자와 논리를 넘어서는 ‘신뢰의 영역’이다. 미국에서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기술이나 시장성 못지않게, 창업가로서의 태도와 팀의 진정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인가', '함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팀인가'. 이 질문에 투자자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어야 한다. 당신이 가진 아이디어가 특출나도, 그것을 현실로 이끌 수 있는 실행력과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을 갖추지 못한다면 투자는 멀어질 수 있다. 미국 시장에 도전하고자 하는 창업가라면, '무엇을 할 것인가'만큼이나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미국에서 투자를 받는 여정의 시작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3. 실리콘밸리, 그들이 사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