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자를 사로잡는 피치덱 A to Z
피치덱(Pitch Deck)이란, 스타트업이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청중에게 소개하고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획득하기 위한 프레젠테이션 자료다. 일반적으로 파워포인트나 키노트 슬라이드 형식을 띠고, 15페이지 내외로 구성된다. 투자자들은 스타트업의 피치덱을 보고 시장성 및 잠재력을 평가한다. 따라서, 투자자에게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깊게 이해하고, 그것이 시장에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를 명확히 할 수 있어야 한다.
번역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보니 영문 피치덱의 문법이나 표현에 대한 현지화를 요청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교정을 거친 후에 미국 투자자들에게 보여주고 파이널 검수를 부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영문 피치덱과 관련해 받았던 피드백 중 다수는 '영어표현'이 아닌 '슬라이드 포맷' 자체였다. 대부분의 한국인 창업가들은 이미 한국어로 만들어 놓은 피치덱을 영어로 단순 번역하는데 그친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은 문화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투자자가 중요시하는 포인트가 다르다.
예를 들면, 미국의 피치덱에는 '회사 연혁'이나 CEO 인사말' 등이 포함되지 않는다. 실리콘밸리 투자자를 겨냥한 맞춤형 피치덱을 제작하고자 한다면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미국식 피치덱을 만들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투자자들의 도움을 받아 '미국 투자자가 기대하는 스타트업 피치덱'을 주제로, 필수로 포함되어야 할 여덟 가지 슬라이드와 작성 팁을 정리해보았다.
첫 번째 슬라이드 : Opening
오프닝 페이지'라고도 불리는 첫 장은 스타트업 피치에서 가장 장시간 노출되는 슬라이드 중 하나다. 마이크를 체크하거나 무대 위로 올라가는 순간에도 계속 청중들에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첫 번째 슬라이드는 첫인상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슬라이드라고도 할 수 있다. 제공하는 서비스를 단박에 이해할 수 있는 매력적인 문장 하나를 만들자. 이를 태그라인(Tagline)이라고 부른다. 태그라인은 브랜드의 본질을 나타내는 표현을 뜻한다. 이를 첫 장에 배치하면 해당 산업 분야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의 이목을 곧바로 끌 수 있다. 첫 장에는 서비스를 소개할 수 있는 간단하고도 명확한 태그라인 하나와 회사 로고면 충분하다. 다음은 참고할만한 기업의 오프닝 페이지 대표 태그라인을 몇 가지 소개하려 한다.
로컬 숙박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 'Book rooms with locals rather than hotels'
미국 기반 승차공유 서비스 플랫폼 우버 'Everyone's private driver'
비즈니스 소셜 네트워킹 플랫폼 링크드인 'Your network is bigger than you think'
두 번째 슬라이드 : Problem
두 번째 장에서는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청중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쉽고 명확하게 문제점을 짚어야 한다. 청중을 배려하지 못하고 전문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게 되면 청중은 흥미를 잃게 된다. 모두가 문제에 대해 마음 깊이 공감할 수 있도록 최대한 풀어서 설명하도록 하자. 청중들이 10살이라고 가정하고 설명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사업 아이템도 있을 수 있다. 그런 경우에는 아이템을 통째로 설명하기보다는 불릿 포인트를 만들어 나눠서 설명하도록 하자. 문제제기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만큼 쉽고 간결해야 한다.
세 번째 슬라이드: Solution
세 번째 장은 해결책을 이야기하는 장이다. 우리의 해결 방안이 고객에게 어떤 이득을 줄 수 있는지를 명확히 제시하고 청중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해결방안 제시 또한 핵심을 명확하게 짚고 간단명료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줄글 혹은 여러 개의 콘텐츠를 넣기보다는 도표나 대표할 수 있는 하나의 이미지로 청중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시각적인 자료를 준비하도록 하자. 만약 외부로 유출되어서는 안 되는 핵심기술이 있다면 피치 시에도 공개 가능한 부분에 한에서만 언급한다. Q&A에서 핵심기술 관련 질문을 받더라도 NDA를 체결한 이후 자세한 설명을 이어가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는 것이 좋다.
네 번째 슬라이드 : Market size & Opportunity
문제점과 해결방안까지 마쳤다면 이어지는 네 번째 슬라이드는 마켓 사이즈를 논하는 장이다. 마켓사이즈는 투자 결정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투자자는 마켓사이즈를 통해 특정 시장의 규모와 성장 잠재력을 평가한다. 투자자는 매력적인 마켓사이즈를 가진 아이템에 투자한다. 그러므로 시장의 폭발적인 잠재력과 빠른 성장속도를 수치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산업분야의 CAGR(Compound annual growth rate, 연평균 성장률)를 제시해 향후 시장 성장 가능성을 숫자로 보여주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CAGR는 기업의 매출, 이익, 주가 등의 성장률을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 지표다. 특정 산업분야가 매년 얼마만큼의 성장이 있었는지를 보여주고, 꾸준히 성장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지표로 CAGR를 활용할 수 있다. CAGR 지표를 확인하고 싶다면 바로 리서치를 시작하기 이전에 글로벌 경쟁사의 웹 사이트들을 탐색하고 그들이 활용했던 프레젠테이션을 확인해 보자. 유튜브를 활용해 경쟁사의 피치덱을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부분의 산업분야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기업들의 경우 높은 확률로 CAGR를 미리 측정해 뒀을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은 'You should always know your numbers (창업가로서 숫자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자신의 아이템뿐만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 하는 시장의 'Numbers'도 잘 꿰고 있어야 한다. 피치덱에 수많은 지표를 넣었더라도 묻는 순간 바로 답할 수 있도록 암기하자.
다섯 번째 슬라이드 : Traction
'트랙션(Traction)'은 스타트업의 성장성과 진척 상황을 지표로 보여주는 아주 중요한 챕터다. 트랙션은 비즈니스 모델이 실제 고객을 대상으로 유효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객관적인 증거가 된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트랙션을 통해 기업이 현재 어떤 상태에 있는지, 어떠한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한다. 트랙션은 고객 관련 지표와 매출 관련 지표라는 큰 줄기로 나눌 수 있으며 고객유치 상황(DAU, MAU 등)과 매출 증가율, 구매 전환율 등 사업을 시작하고부터 현재까지 이뤄온 성장 지표를 모두 포함한다.
대부분의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트랙션 파트에서 보여줄 만한 명확한 지표가 적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자신이 갖고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 해당 산업 분야의 기술전문가인 공동 창업가가 있다거나 기관 및 기업과 탄탄한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는 것, 그것이 수익으로 어떻게 직접 연결되는지 또한 좋은 트랙션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모든 지표는 시각화하여 직관적인 형태로 제시해야 한다.
여섯 번째 슬라이드 : Business Model
'다음은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를 보여주는 비즈니스 모델을 다루는 장이다.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기업이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할 것인지를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투자자는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해당 기업의 시장개척 및 생존가능성을 판단해 투자를 결정한다.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제품 가격 측정 근거, 수익창출 및 지속 가능성과 경쟁사 대비 차별성 등을 명확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 벤처캐피털 소속으로 7년 간 활동한 투자자 M은 "향후 5년 전망의 파이낸셜 모델링이나, DCF(Discounted cash flow) 등을 비즈니스 모델 슬라이드에 올리지 말아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어떻게 수익을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청중이 인정할 만큼 현실적인 수치가 먼저 제시되어야 한다는 그는 "자신의 사업모델이 점층적으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밖에 없는 명확한 케이스와 수치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투자자의 시각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에서 피치 템플릿 사업을 하는 S사의 창업가 J는 'The why we will make you rich 투자자를 부자로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강조하라고 조언한다. 투자자는 투자 금액을 증대시키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투자를 한다. 그에 합당한 비즈니스 모델을 명확히 제시하도록 하자. 투자자가 당신을 쫓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일곱 번째 슬라이드 : Team
'스타트업 피치에서 팀 소개'는 피치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자신의 팀이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적화된 팀임을 보여줘야 한다. 투자자는 팀원 각각의 경험과 역량 그리고 전체적으로는 역할 분담과 협업이 잘 이루어지는지를 검토한다. 곧 팀 소개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팀이 꼭 우리여야만 하는 이유'를 제시해 청중을 설득하는 슬라이드다.
애플의 스티브잡스는 "비즈니스에서 위대한 일은 한 사람이 아닌 한 팀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창업가 한 사람이 뛰어나다고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 팀원 모두가 회사의 목표와 방향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스토리텔링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누구나 최고의 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한 최고의 팀이라고 애써 포장하기보다 자신의 팀이 가진 인적 네트워크의 약점을 공유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덧붙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청중은 창업가 스스로 본인의 '약점'을 인지하고 그것을 개선하려는 의지에 높은 점수를 준다.
여덟 번째 슬라이드 : Condusion
마지막 슬라이드는 오프닝 슬라이드와 마찬가지로 스타트업 피치에서 가장 장시간 노출되는 슬라이드 중 하나다. Q&A 내내 스크린에 띠워져 있을 중요한 슬라 이드인 만큼 절대로 낭비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 장에는 QR코드와 태그라인을 포함하는 게 좋다. QR코드 안에는 공식 웹 사이트, 구독 신청 페이지나 인스타그램 링크 등 홍보하고 싶은 사이트의 링크를 담는다. 링크가 여러 개라면 링크트리(Linktree)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링크트리를 활용하면 다양한 링크를 모아 간편하게 공유할 수 있다. 피치의 마지막은 Strong Ask를 분명히 해야 하는 순간이다. 파트너십을 찾고 있다거나 투자처가 필요하다는 것과 같이 본인이 피치를 함으로써 얻고자 하는 것을 확실히 언급해야 한다.
[링크트리 링크 https://linktr.ee/]
우버,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등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의 초기 피치덱을 참고하는 것은 미국식 피치덱의 구성을 자연스레 익힐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유명 스타트업의 초기 피치덱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피치덱 자료를 온라인상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참고할 만한 사이트는 다음과 같다.
Pitch Deck Hunt (https://www.pitchdeckhunt.com/)
Billion Dollar Pitch Decks (https://www.billiondollarpitchdecks.com)
Slideshare (https://www.slideshare.net/
Pitchbook (https://get.pitchbook.com/)
Chagency (https://www.chagency.co.uk/getstartupfu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