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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닉사라 Nov 12. 2022

달라진 폴란드의 모습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바르샤바의 일상

2022 2 24 새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침공하였다...


아침 뉴스 헤드라인에   기사는 도무지 믿기지 않은 소식이었다

21세기 선진문명을 살아가는  시대에 그것도 유럽 땅에서

이런 무참한 전쟁이 일어날 줄이야

한동안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

알고 지내는 몇몇 우크라이나인 지인들이 있는데

이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전쟁이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전쟁이 발발한 이후폴란드 증시가 폭락하고 유가원자재 가격이 폭등하였다.  

 한편으로 폴란드 관청에 여권 갱신 신청문의가 쇄도하고

서유럽 지역 부동산 문의가 폭주하는 등의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지라

폴란드 사람들이 느꼈던  당시 충격과 공포는 더더욱 컸던  같다


한국에 있는 가족과 지인들도 걱정이었는지 일제히 연락을 취해 왔다

우리 가족의 무사 여부를 묻는 확인 연락이었다

폴란드는 나토 (NATO) 회원국이라서 안전해요별일 없을 거예요.” 

라고 회답하며 안심시켰으나, 

러시아군의 공격수위가 갈수록 거세어지면서, 내심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행선지. 지도 출처 https://www.wpmap.org/


하루아침에 전쟁터가 되어버린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정든 집과 고향을 떠나 

이웃나라인 폴란드헝가리슬로바키아몰다비아를 향해 급히 피난을 떠나기 시작했다


올해 2 24일부터 시작된 피난민의 행렬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인 1030일인 지금까지도 매일 계속되고 있다

2월에 발발한 전쟁이 아직도 끝날 기미 없이 장기전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피난을 떠나는 우크라이나인들 중에 폴란드행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제일 많다.  

전쟁 발발 시점부터 지금까지  750만 명의 난민들이 폴란드 국경을 넘었다고 한다

적게는 수만 명, 많게는 하루에 수십만 명씩..

(통계 출처: 폴란드 국경 수비대 www.strazgraniczna.pl)


이들   570만 명은, 

고향에 남겨둔 노부모를 위해전쟁터에 징집된 자식이나 남편 때문에

함께 우크라이나를 지키려는 이유 등등 저마다 다른 사연으로 

다시 우크라이나로 되돌아갔다. 


나머지는 폴란드에 정착하거나

 일부는 폴란드에서 서유럽이나 미국캐나다 등지로 

다시 다음 행선지를 향해 떠나기도 했다



폴란드 국경을 넘고 있는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의 행렬 사진출처 https://wiadomosci.onet.pl/


현재 폴란드에는 180만 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체류하고 있.

전쟁 발발 초기였던 4-5월쯤에는 폴란드에 체류 중인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무려 4백만 명에 육박했다

  대부분이 바르샤바 (Warszawa) 나

브로츠와프 (Wrocław)와 같은 대도시에 머무르고 있다


폴란드 수도인 바르샤바 인구가 2백만 명이  안 되는 점을 감안하면

실로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실제로전쟁이 터진 이후 생활 속에 일어난  변화로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점이다


학교슈퍼마켓관공서문화센터병원대중교통 

공공장소 어디를 가든 우크라이나 사람들과 자주 마주치게 된다

내가 사는 동네에도 새로 이사오거나 

임시로 머무는 중인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폴란드 시내 거리 곳곳에는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는 푯말과 

우크라이나 국기가 보이기도 한다


폴란드 국기와 함께 우크라이나 국기를 나란히 달은 모습.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심볼이나 푯말이 자주 눈에 띈다.


관공서의 외국인 안내 데스크에 우크라이나어 통역이 배치되거나

우크라이나인들을 위한 안내글이 어디든 쉽게 눈에  띈다

국영방송의 경우 우크라이나어로 별도의 채널이 만들어져 방영되기도  한다.


폴란드의 유치원이나 학교에도 

우크라이나에서  아이들을 위한 학급이 편성되고

우크라이나 통역도우미가 학교마다 투입되기도 하였다


기차역이나 공항에는 난민들을 위한 안내센터

우크라이나인들을 위한 무료 식사 안내 푯말과

교통비 무료 안내글.

우크라이나인들을 우대 채용한다는 취업공고... 


브로츠와프 중앙역의 우크라이나 난민 안내센터. 사진출처 https://wiadomosci.onet.pl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위한 무료 식사 안내 푯말. 사진출처 wyborcza.pl


전쟁 발발 이후 8개월이 지난 지금은, 

전쟁 초기의 폴란드 사회 전반적인 패닉 상태와 막연한 불안함이 가시고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어 다행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도 폴란드에서는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 사람들에 대한 스토리로 가득하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마다 대화의 화제가 우크라이나 일색이고,

어떤 모임을 가든,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함께 자리를 하고 있어서,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도 한다


전쟁의 아픔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연민의 정과 함께,  

어려운 시기를 함께 이기려는 폴란드인들의 의지와 활기를 느낀다.


폴란드 뿐 아니라 세계 각지로 흩어져 피난 중인 우크라이나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이 이 고난의 시기를  이겨내었으면 좋겠다.


어떻게든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고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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