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30대가 된 이후로 사람들은 나를 소개할 때 위스키를 빼놓지 않는다. "위스키를 좋아해서 술 먹으러 신혼여행도 스코틀랜드로 갔답니다", "우리 중에 술을 제일 잘 먹어요" 등 꽤 상대방이 쉽게 다음 대화 주제를 제시할 수 있는 소재라 더더욱 그런 듯 하다.
선물도 보통 술과 관련된 선물이 많다. 술을 주는 경우가 제일 좋고, (희귀하건 안 희귀하건 공짜술이 최고다) 술잔을 고심했다며 내미는 경우가 가장 당황스럽다. 아직 기본 와인잔이나 맥주잔 말고는 술잔이 가정집에는 흔하지 않으니까, 익숙하지 않은 품목의 선택지에서 고민했을 마음은 너무 고맙지만, 내 찬장 4칸이 술잔이다.
정확히 20살 때부터 술을 마셨다. 놀랍게도 20살 전에 한 번도 술을 먹어본 적이 없다. 대학을 합격한 날, 가족과 외식을 하면서 먹었던 대나무통주가 내 인생의 첫 술이었고, 대나무통주는 달았다. 아빠는 소주 반 병, 엄마는 맥주 한 캔, 동생은 소주 두 잔이 치사량인데, 지금껏 내 가족은 내 주량을 모른다.
술을 처음 마신 이후로 학교, 회사, 혹은 다양한 이유로 만난 사람들과 술자리에서 친해졌고, 신기하게도 내 절친들은 모두 술을 잘 마신다. 20대 초반에는 내가 모르는 술을 소개해주거나, 술에 대한 지식을 뽐내는 사람들을 동경했다.(비록 약간 허세가 있더라도) 술에 있어서는, 무조건 즐거워서 굳이 공부하겠다고 나서서 책을 읽고 클래스를 찾아 들었다. 술에 있어서 만큼은, 낯가림이나 겁없이 새로운 도전을 서슴지 않았다.
나는 애주가다. 늘 술을 마신다. 혼자서 미드를 볼 때도, 사랑에 빠질 때도, 누군가와 인생의 친구가 될 때도, 여행을 가서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도, 친구들과 가볍게 어울려 놀 때도. 알딸딸한 기분을 핑계대어 긍정적인 감정을 증폭시킨다. 물론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릴 이성의 끈은 놓지 않는다.
나에게 술은 매력적이다. 너무 좋고, 궁금하고, 많이 알고 싶고, 직접 느끼고 싶고, 고맙고, 함께한 시간과 추억이 많아 정도 들었다. 술에 대한 이야기는 내 인생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난 꽤 재미있는 인생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