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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마녀 Mar 11. 2022

Day 7~8. 증류소 여행기 말고 관광기

돌고래 관광, 그리고 인버네스 탐방기

저녁시간이 다 되어서 인버네스에 도착했다. 북쪽에 위치해 있다 보니 해가 늦게 져서 한낮의 느낌이었다. 이제야 유럽에 온 게 실감이 났다.(?) 인버네스는 상상하는 그 예쁜 작은 유럽 도시의 모습으로 우릴 반겨주었다. 여기서는 구글맵 별점과 트립어드바이저 순위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다. 무엇을 먹을지, 어디를 갈지 드디어 고민이 시작되었다.


스코틀랜드 도시 느낌이 물씬 나는 인버네스.


인버네스가 아름다운 점은, 서울에 한강이 있어 더 아름답듯이, 네스강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인버네스를 돌아다니다 보면, 네스강 위의 다리들을 자주 왔다 갔다 건너게 되는데, (한강 다리들과는 다르게 걸어서 다니기 아주 좋은 다리들이다) 그때마다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강 풍경과 어우러지게, 아름다운 겹벚꽃 나무들을 만날 수 있었고, 잘 정돈된 잔디밭과 도보길도 좋았다.


엄청난 도시에 온 것 마냥 허풍을 떨었지만, 사실 인버네스도 천천히 걸으면서 하루정도면 둘러볼 수 있는 크지 않은 도시다. 제일 먼저 발길이 닿은 곳은, St. Andrew`s Cathedral. 숙소에서 들리던 종소리가 아름다워서 가 보았는데 중앙에 위치한 합창대 공간과 천장의 스테인글라스 유리창이 멋진 전형적인 유럽 성당이었다. 그리고 구글맵 평점 4.8점의 위엄을 자랑하는 Miele`s Gelateria Inverness. 젤라또 아이스크림이 너무 맛있어서, 인버네스에 있는 동안 1일 1 젤라또를 했다. 젤라또를 먹으면서, 유일한(?) 관광명소인 Inverness Castle View Point로 향했다. 관광 명소답게 사진 촬영을 하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많았다. 인버네스 전망대답게 도시를 한눈에 담을 수 있어서 좋았다.


가운데 합창대 공간이 정말 멋있었던 성당.
스코틀랜드에서 인생 젤라또를 만나 산책하기.
인버네스 성 뷰포인트에서 내려다 본 인버네스 그리고 네스강.


너무 오랜만에 '맥도날드'를 발견해서, 추억의 맛이 그리워질 때 즈음이 되었기에 들어갔지만, 한국에 비해서 정말 '정크푸드'의 느낌이 나는 햄버거였다. 근처 대형 마트에서 라면을 찾아 헤맸지만, 어느 해외여행지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던 한국 라면과 김치는 보이지 않았고, 아시안 누들이라고 적힌 컵라면에 도전해 보았지만 너무 맛이 없어서 버려버렸다. 역시 여행지에서는 계획과 맛집 리스트가 필요하다.

 

동네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위스키 수준.


인버네스 토요일 밤은 매우 핫했다. 라이브 뮤직 바가 엄청 흥하는 도시였다. 각양각색의 패션을 뽐내는 사람들도 많았고, 젊은이뿐 아니라 모든 연령층의 사람들이 토요일 밤을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내일 아침 일찍 돌고래를 보러 떠나야 했기 때문에 인버네스의 밤은 일요일에 즐기기로 하고, 숙소로 돌아와 드라이빙 키트로 담아온(대부분의 증류소들은 운전자들을 위해, 테이스팅으로 준비한 위스키를 작은 병에 담아준다.) 벤로막을 마시며 잠들었다.


8일째 아침. 도시가 시끌벅적한 느낌이었다. 꽤 큰 축제 같은, 사이클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도시 전체의 도로들이 사이클 코스가 되어 있었고, 도착지에서는 가족들이 환호하면서 선수들을 기다렸고, 어린이들은 스스럼없이 나무에 올라가 구경을 했다. 가족적인 미드 한 장면을 실제로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여행 중 가장 많은 인파를 목격한 순간.

 


그리고 증류소 투어가 아닌, 온전히 ‘관광’을 하는 하루를 시작했다.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 말고, 유일하게 보고 싶었던 돌고래 투어. 호텔 로비에 있던 수많은 투어 안내 팸플릿 중 아주 멀지 않은 곳으로 선택을 했다. 인버네스에서 차로 40분 정도 좀 더 바다(북해)로 가면 나오는 Cromarty에서 진행하는 투어였다.

 

인버네스에서 차로 40분 정도 가면 된다.


크로마티에 도착하자, 여태까지 도시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말 그대로 작은 항구도시. 작지만 아기자기하고 예쁜 동네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동네 아이들이 한 테이블에서는 그림 그리기 놀이를 하고 있었고, 점심시간이 되자, 금방 테이블이 찼다.

 

항구도시에서 만난 맛있는 해산물 요리들.


투어가 진행되는 곳은 더 규모가 작은 가게였다. (ecoventure.co.uk 참고) 한편에는 돌고래 관련 다양한 소품들을 팔고 있었고, 다른 한편에는 날씨에 대한 정보와, 지금까지 돌고래를 어디서 얼마나 만날 수 있었는지 적혀 있는 칠판이 보였다. 만나지 못했다거나, 5마리 미만을 만났다고 적혀있는 날들도 많아서, ‘돌고래 떼’를 만나는 일이 쉬운 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걱정이 되었다. 


떠나기 전 우주복을 입은 나, 돌아온 후 기념품에 신난 나.


투어시간이 되자, 간단한 설명을 듣고 우주복 같은 방수복으로 갈아입었다. ‘무장 하는 느낌이었는데, 그런 거치곤 귀여운 보트를 타고 이동했고, 날씨도 좋아서 잔잔하고 안전한 운행이었다.  먼바다까지 이동을 했다. 처음에는 근처 섬들 절벽들을 구경하고, 거기에 모여 있는 수많은 바다새들을 보았다.  도감을 인쇄해 주어서,  이름을 맞춰보기도 했다. 그리고 선장 같은 아저씨의 망원경 쪽으로 시선을 향하니, 돌고래들이 헤엄치는  보였다. 정말 운이 좋게도, 수많은 돌고래 떼를 만날  있었다. 멋지게 단체 수영을 하는 모습만으로도 멋졌는데도, 점프해주는 모습과,  쉬는 모습도 보여주고, 우리  가까이까지 와서 교감도 해주었다. 바다에서 자연 그대로의 돌고래를 만난 것은 모두가 처음인 듯했다. 모두들 황홀한 분위기로 환호하고 서로 환하게 웃으며 우리 모두의 행운을 축하했다.


처음에는 주변 투어와 바다새 탐험으로 시작한다.


짧게만 느껴진 투어를 마치고 돌고래 접시와 바다새 메모판을 사서, 다시 인버네스로 향했다. 매운맛이 그리워져서 구글맵에서 추천해주는 인도 레스토랑에서 카레를 먹고, 본격적으로 일요일 밤을 즐겨보기로 했다!


어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던 라이브 뮤직바에 제일 먼저 들어갔다. 좌석 자리는 이미 모두 차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스탠딩으로 맥주와 위스키를 즐기면서 무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20~30분 정도 지나자, 사뭇 동네에서 쉽게 볼 차림(?)의 푸근한 중년 밴드가 무대에 올라왔고, 연주와 노래 실력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도저히 2곡 이상 들을 수가 없는 수준이었는데도, 사람들은 신나게 즐기고 있어서 더 신기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바를 가보았는데, 외모는 멋진 할아버지 보컬이었지만, 노래실력은 역시나 너무 충격적이라 한잔만 먹고 나와버렸다. 한껏 멋을 낸 인버네스 사람들의 유흥을 겪어보니, 얼른 서울을 소개해주고 싶었다.


숙소로 돌아가기엔 아쉬워서, 쇼핑몰스러운 ‘Victorian Market’로 향했다. 쇼핑몰은 오후 6시에 문을 닫지만, 주변에 좋은 가게들이 많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난 이번 여행 최고의 위스키 바, ‘The Malt Room’을 만났다. 로버트 혼자 운영하는 위스키 바였는데, 골목 귀퉁이에 숨겨져 있는 것과 작고 세련된 분위기도 마음에 들고, 편안한 차림이지만 아우라가 느껴지는 로버트와 그와 어울리는 손님들로 채워지는 가게 분위기도 좋았다. 무엇보다, 메뉴판이 너무 좋아서, 한국의 다른 위스키 바들도 이런 식으로 위스키 메뉴판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마별로 위스키를 3개씩 묶어서 세트처럼 판매를 하는데, 나무 트레이에 위스키와 함께 각 위스키에 대한 매력적인 설명 보드가 함께 서빙된다. 1단계 코로 마셨을 때, 2단계 한 모금 마셨을 때, 3단계 만끽했을 때 느낄 수 있는 맛에 대한 설명이 함께 서빙되다니! 


인상적이었던 메뉴판, 그리고 서빙.


특별한 밤을 마무리하기에 딱 적당한 위스키 바였고, 나중에는 테이블 자리에서 바 자리로 옮겨서 로버트와 이야기도 하면서 특이한 위스키도 추천받았다. 그리고 'The Malt Room'이 새겨진 잔을 갖고 싶다고 말하자, 귀여운 쪽지와 함께 선뜻 선물로 내주었다.

 

혼자 운영하는 게 대단한 로버트, 그리고 선물 고마워요!
로버트가 추천해준 위스키들.


정말 완벽한 하루였다.

 

돌고래 보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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