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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마녀 Mar 08. 2022

Day 7. 벤로막 증류소 feat. 인버네스 가는 길

5명이 만든 위스키

더프트 타운과 아벨라워를 떠나, 새로운 도시로 가는 날이다. '대도시'라고 할 수 있는 인버네스로 향했다. 인버네스 자체에 증류소가 있지는 않지만, 인버네스에 숙소를 두고, 좀 더 북쪽에 있는 증류소들을 가볼 계획이었다. 인버네스까지는 차로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리는데, 가는 길에 'Benromach Distillery(벤로막 증류소)'가 있어서 들리기로 했다.


즐겨 찾는 위스키가 아니었지만, 증류소 방문하고 나서 좋아지게 되는 위스키들이 있다. 벤로막이 그러했다. 나는 전통을 고수하고, 곤조가 있는 증류소들을 좋아한다. 벤로막도 딱 그러한 증류소였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생각보다  부지규모에 놀란다. 위스키를 생산하는 공장의 부지 규모는 정작 작지만, 부지 안에 사람이 사는 집과 정원이 있어서, 벤로막 마을 같은 기분이다. 예약 없이 방문했지만 역시나 방문객이 없어서, 프라이빗 투어로 진행되었다. 시종일관 유쾌했던 벤로막 가이드는, 남편과 나의 커플샷을 열심히 투어 중간중간 찍어주었고, 사진도 아주  찍는 분이셨다. (키가  보이게 찍는 법을 알고 계신  같다.)

가이드가 찍어준 우리.


처음에는 증류소에 대한 역사 비디오가 재생되는 룸으로 안내받고, 우리끼리 시청을 하게 된다. 과거의 실제로 제조 모습을 볼 수 있고, 벤로막의 역사를 짧은 시간이었지만 훑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별도로 영상으로 증류소 역사를 틀어주는 증류소는 거의 없었는데, 전통을 중시하는 정신이 여기서부터 느껴졌다. 특히, 가족적인 운영방식을 강조했는데, 아직까지도 실질적인 위스키 제작과정에는 5명만 참여한다고 한다. 5명의 손에서 전 세계의 벤로막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니 왠지 더 멋있었다.


그리고 매쉬툰과 워시백이 있는 공간으로 안내받았다. 전통을 고수하는 증류소답게 내가 좋아하는 나무 워시백의 검게 변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벤로막 위스키는 전체적으로 약한 피트 향을 품고 있는데, 과거에 스페이사이드도 석탄을 공급하기 어려워 피트를 주로 사용했었기에, 계승하는 의미로 현재까지도 피트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스페이사이드 피트는 아일라 피트보다 페놀 수치가 낮아서, 아일라 보다는 피트 향이 옅다.) 증류소 외부도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테이스팅룸에 도착했다. 꽃과 그림액자들로 꾸며진 넓은 테이스팅 룸에서 충분히 우리끼리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 벤로막 10년 산

- 벤로막 15년 산

- 벤로막 Batch 1 CS

- 벤로막 디스틸러리 익스클루시브

- 벤로막 20th anniversary Bottling CS

내가 좋아하는 나무 워시백, 세월의 흔적을 담은 검은색의 진하기.
테이스팅 해본 벤로막들.
테이스팅룸에 있던 귀여운 액자들.

테이스팅을 한참 하고 있을 , 어제 카듀 증류소 투어에서 만난 찰리 할아버지가 우리를 찾아오셨다. 카듀에서 마주치는 위스키 직원들마다 깍듯하게 인사하고, 직원들이 굳이 다들 찾아와서 즐겁고 유쾌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고 누굴까 했었는데, 라프로익-라가불린을 거쳐 벤로막에서 은퇴하셨고, 심지어 벤로막 마을에서 살고 계신 분이었다. 벤로막 증류소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했던 말을 기억하시고 찾아오셔서, 반갑게 인사를 하고 사진도 잔뜩 찍어가셨다.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 준 찰리 할아버지.
따뜻하고 정 많은 위스키 장인 찰리 할아버지와의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글을 참조하길 바란다.
https://brunch.co.kr/@unique2040/9


240 밖에 없는 퍼스트 버번  디스틸러리 익스클루시브 벤로막 사서, (보통 시중에서 만날  있는 'Distiller`s Edition'과는 다르다. 정말로 증류소에서만 판매하는 에디션이라는 뜻이다.) 벤로막 직원이 추천해준 동네 맛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양고기와 치킨 윙이 훌륭했을  아니라, 바로 앞에 개울 풍경이 멋진 추천하고 싶은 레스토랑이다.

강추하는 동네 레스토랑. Mosset Tavern.


인버네스로 향하는 드라이브 코스는, 깜짝 놀랄 만큼 만개한 유채꽃 밭이 계속 이어졌다. 제주도에서만 봤던 유채꽃을, 스코틀랜드의 광활한 들판을 가득 매운 유채꽃으로 다시 만나게  줄이야. 흐린 날씨의 회색 빛깔 스코틀랜드를 상상했었는데, 운이 좋았던 건지 시기를  맞데  건지, 나의 스코틀랜드 이미지는 푸른 하늘, 만개한 꽃들, 초록 들판이 되어 버렸다.

끝이 보이지 않는 유채꽃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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