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블렌디드 위스키 증류소인가, 싱글몰트 증류소인가
카듀 증류소를 가기 위해 달위니 증류소에서 나와 1시간 조금 넘게 다시 도심 쪽으로 차를 돌렸다. 내비게이션이 달위니 증류소로 올 때 길을 그대로 알려주지 않고, 새로운 길을 알려주어서 드라이브하는 맛이 일품이었다. 시골 숲길로 안내를 해주었는데, 난생처음 토끼굴도 보고, 토끼굴 앞에서 장난치는 토끼 커플도 만났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었는데, 스코틀랜드 도로에는 꿩이 엄청 많다. 정말 단어 그대로 '엄~청' 많다. 수컷 암컷 가릴 것 없이 엄청 많고, 차나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아서 로드킬 당한 꿩들도 많이 보인다. 스코틀랜드에서 운전할 때는 차도 없고 사람도 없지만(음주단속, 교통사고, 교통정체를 본 적이 없다.) 동물이 많으니, 동물들을 조심해야 한다.
봄내음으로 가득한 연두색 산과 언덕, 가까이 지나치는 동그랗게 미용을 한 가로수와 하얀색 꽃나무, 그리고 늘 아름답게 흐르는 넓은 스페이 강 혹은 그 강의 줄기들까지 이색적인 풍경들이었다. 내비게이션이 높은 곳으로 안내해주면 모든 광경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볼 수 있었고, 산속의 작은 시냇가와 계곡들은 엘프가 나올 것처럼 매우 아름다웠고, 광활한 녹색 혹은 흙색 평야와 멀리 보이는 산과 언덕의 어우러짐이 좋아서 자주 차를 멈춰 세워 풍경을 감상했다.
그렇게 도착한 카듀 증류소. '부자'증류소일 것 같다는 편견을 가득 안고 도착했는데, 편견이 아니라 역시나 사실이었다. 1893년 이후부터 조니워커의 가장 중요한 몰트 원액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스트라이딩 맨이 입구 문에서부터 증류소 곳곳에서 반겨주었다. 증류소 전체 생산량의 90%가 블렌디드 위스키에 사용되는 만큼 다른 증류소와 다르게 증류소 한정판이나, 특별 에디션 싱글몰트는 찾기 어려웠고, 다른 디아지오 싱글몰트 브랜드들이나 조니워커를 판매하고 있었다.
그러나, 위스키 소품들은 다양하고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독특한 디자인의 잔들도 많았다. 천사가 조각된 위스키 잔 뚜껑은 너무 예뻐서 집에서도 아껴 사용하고 있다.
테이스팅도 대접받는 기분이 느껴지게 진행되었다. 룸들은 모두 고풍스럽지만 럭셔리하게 꾸며져 있었다. 카듀의 상징인 '빨간색'문도 곳곳에서 보였다. 금주령 시대에 초대 생산자 존 커밍의 아내 헬렌이 단속반이 뜨면 붉은 깃발을 걸어두고 시간을 벌었다고 해서 카듀의 시그니처 색상이 '빨간색'이 되었다는 일화가 있다.
그리고 스코틀랜드에서 처음으로 '칵테일'을 테이스팅 코스에서 만날 수 있었다. 모든 것들이 전부 몹시나 카듀스러웠다. 처음 들어보는 칵테일 이름들이었다. 레시피도 적혀 있어서(사진 참조), 집에서 만들어 먹어보실 분들은 경험해보실 수 있을 것 같다.
- Brig on the Spring : Cameron Brig가 주원료
- Jewel of Speyside : Cardhu Amber Rock이 주원료
- Walker Warmer : Johnnie Walker Black이 주원료
- Port of Call : Crgganmore Distillers edition이 주원료
※ 카듀의 재미난 에피소드
90년대 후반 카듀 싱글몰트에 대한 수요가 프랑스/스페인 지역에서 급격히 상승하면서, 블렌디드 위스키 생산량과 균형을 맞추는데 실패하였고, 다른 증류소의 싱글몰트를 혼합하여 '싱글몰트'를 '퓨어 몰트'로 이름을 바꾸어 카듀 퓨어 몰트를 출시했다. 완벽히 소비자와 시장의 외면을 받았고, 2005년 아예 판매 정지되었다. 오히려 '싱글몰트'의 기준을 확고히 하는 사건이 되어 '싱글몰트'를 사랑하는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좋은 사건이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