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연한 한 끼는 없다.

by UNIQUE한변

집 밥 한 끼에 돈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결혼 후에 알게 되었다.

그전에 집에서 밥을 차려서 주는 엄마의 밥상은 공짜인 줄 알았다. 그게 물리적으로 정말 0원이 들어간다고 생각했다. 아주 최소한 장을 보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있을 것인데 장을 볼 때 비용을 지불하는 행위와 그 비용으로 산 물건이 밥상에 올라오는 과정이 동일선상에 매치가 되지 않았다.

나는 그 정도로 한 끼의 수고로움에 무지했다.


결혼 후에 너무나 신기했던 것은 밥 한 끼 차리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꽤나 비싸다는 것이었다.

신혼일 때는 심지어 2인이 밥을 먹는데 그것도 간혹 가다가 먹고, 한번 차릴라치면 또 할 줄 아는 게 없는지라 비싼 단백질거리 붉은 고기만 사서 지글지글 볶아댔기 때문에 그 식재료 비용이란 게 만만치가 않았고, 다른 야채나 무언가를 곁들일라 치면 한 통 크게 사서 일부 조금 뜯어먹고는 그다음 며칠을 또 집밥을 해 먹지 않았기에 모두 음쓰가 되어버리는 과정을 연속하고 나면 집밥 한 끼에 들어가는 돈이 외식비용이랑 크게 차이가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때 너무나 놀라웠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이제 내 입에 들어가는 것보다 자식을 먹이는 것에 예민해지는 부모 노릇을 하다 보니 알았다.

한 끼에 들어가는 비용은 단순히 장을 볼 때 긁었던 카드값만이 다가 아니구나. 그 시간과 노력, 메뉴를 생각해야 하는 그 수고로움까지 굉장한 값어치의 한 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전 나의 한 끼에서 엄마는 맞벌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침을 먹였고, 그 당시 급식도 흔치 않던 시절이라 그 바쁜 아침에 점심 도시락까지 쌌으며 하교 후 학원 가기 전에 간단히 먹을 간식까지 미리 식탁 위에 세팅을 해두고서야 출근을 하셨다. 그러고 나서 귀가 후에는 저녁을 또 손수 차려주셨다.

지금이라야 쿠팡도 있고 컬리도 있고 장을 봐야 하는 시간의 소비는 안 해도 된다지마는 그 시절 엄마는 귀가하면서 꼭 집 근처 마트에서 장까지 보셨어야 하는 일이었다고 생각하니, 정말 정신이 혼미해진다.

어떻게 매번 손수 장도 보고 그 많은 끼니를 챙기면서 살았다는 말인가.


그런데 또 나는 원체 식욕이 별로 없는 타입이어서 엄마가 손수 차려둔 식탁의 간식들은 사실 남 좋은 일이었다. 우리 집은 학교 담만 넘으면 바로 붙어있는 단지의 동이었기 때문에 2교시에 점심을 모두 까먹어버린 친구들과 담을 넘어 우리 집으로 모여서 엄마가 마련해 둔 간식을 먹었다(참고로 날라리는 아니었다 그저 약간의 일탈을 즐기던 겁 없던 중학생이었을 뿐).. 내가 먹는 게 아니라 친구들이 먹는다. 나는 마치 냇가가 다 먹은 척을 하니 엄마에게 혼이 나지 않아서 좋고 식욕이 한창이던 친구들은 이미 까먹은 도시락의 소화작용 끝에 고픈 배를 채워서 좋았던 것이다.

우리 엄마가 이걸 알았었다면 얼마나 아까워하셨을까… 나는 그게 0원인 줄 알고 그랬지…


다시 돌아와서 지금의 내가 아침을 고민하며 차려내는 일도, 저녁에 영양가 있게 애들의 배를 채워주기 위해서 부리나케 집에 달려와 요리를 하는 일도 참으로 값비싸고 수고롭고 귀하다. 나의 애씀이 귀하다.


나의 엄마의 수고가 이제서야 너무나 안쓰럽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요즘 애들의 3대 필수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