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 만에 수영!
작년 가을 제주로 가면서 멈췄다가 이제야 다시 물에 들어간다.
그동안 unvaccinated 라 안 갔는데 사실 그건 핑계고(역병 공포가 훨씬 심했던 작년에도 잘 다녔음) 이 좋은 동네, 이 좋은 날씨에 미세먼지 없는 공기 조합 언제 또 누리겠나 싶어 매일 산책하느라 수영하고 싶은 마음이 저 아래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다 지난 몇 달 동안 이틀에 한 번꼴로 맥주 따고 와인 마시면서 몸이 빵실빵실 부풀어 오르다가 곧 터질 것 같은 지경(고3 몸무게 찍을 것 같은 느낌. 숫자 눈으로 확인하는 것보다 느낌이 그런 게 더 무서움)이 되어 버려서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 싶어 어제부터 시작했다.
대체 왜 뭉그적거렸나 싶게,
봉인해둔 수영 박스 열면서 입꼬리 올라가고
입구부터 잔잔히 깔려있는 수영장 향기에 입꼬리 또 올라가고
스르르르륵 물감 느끼며 글라이딩 하면서 입꼬리 또또 올라가고
물에서 나오자마자 볼에서 열감이 훅 느껴져 입꼬리 또또또 올라가고
출근하자마자 리듬감 다 까먹은 접영 영상 찾아보면서 입꼬리 또또또또 올라가고
입꼬리가 아주 귀에 닿게 생겼다.
사실 새벽 수영이 최고지만 수영하고 난 뒤 지하철 타고 꾸역꾸역 출근하는 일은 생각만해도 피곤해서 저녁 수영을 간다. 대전에서는 새벽 6시 수업을 매일 갔다. 의무감 반, 다독이는 마음 반으로 쥐어짜낸 에너지였다. 침대 밖으로 걸어 나오는 일 자체가 힘들던 시기에 그나마 좋아하는 수영 덕분에 몸을 일으켰고, 이왕 운동하고 씻었으니 운전해서 회사까지만이라도 일단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움직였다.
어제는 수영복을 두 벌 들고 갔다. 하도 불어나서 수영복이 작을 수도 있었고(그렇지만 집에서 미리 입어보진 않음. 어우 귀찮아), 샤워실에서라도 누군가와 수영복이 겹치면 잽싸게 갈아입으려고 신중하게 골랐다. 다행히 수영복이 마구 불편하지는 않았고(물론 좀 작아졌지. 당연히.), 다들 나이키 솔리드를 많이 입었다. 아마도 현란한 색깔, 무늬 좋아하는 나와 겹칠 일은 없을 테지만 이번 주 남은 수업과 토요일 자수 때도 상황을 봐야 한다. 같은 수영복 입으면 기분이 별로인 데다 굴러들어온 돌(=나)이 포기하는 것이 매너라서.
뭐든 쟁이고 보는 소비행태에서 좀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손가락 드릉드릉한 걸 보니 아직 멀었다. 요즘 디자인은 어떤가 일단 보기만 해야지. 사실 수모도 만들고 싶다. 동생이 만들어 준 로고도, 디자인도 있고 색깔도 다 정해놨는데. 어떻게, 일을 다시 벌여봐?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일단 접영 리듬감부터 찾고 보자.
그러고보니 이제 몸을 일으키게 하는 수단이 아닌, 수영 자체에 집중할 수 있네.
많이 좋아졌다 진짜.
내일은 수영복 뭐 입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