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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듬 Jun 03. 2020

다름과 틀림

인도

2011.06.28-08.13


무려 10년 전 이다. 인도를 다녀 온 것이. 


그 때의 사진들은 노트북을 몇 번 바꾸는 사이 대부분 사라졌고, 다녀오고 만들었던 포토북은 서울 집에 있을테지만 몇 년 째 한 번도 보지 않았다.



그렇지만 


지쳐서 물 마실 힘도 없던 나를 보며 환하게 웃어주던 3등칸 기차에서 만난 아기와

그 날 하루 내 유일한 양식이었던 바나나를 빼앗아 간 아잔타 석굴 앞 거대 원숭이와

타지마할을 배경으로 셀피를 찍는 내 옆으로 스윽 들어와 같이 사진을 찍으며 좋아하던 사람들은


기억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중앙선을 넘나들며 질주하는 버스에서도, 언제 다시 출발할지 모른 채 몇 시간을 멍하니 너른 들판을 바라보며 앉아있던 기차에서도, 하루종일 가만히 누워 천장에서 뱅글뱅글 돌아가는 실링팬을 보고 있던 때에도 오로지 '나'만 생각하던 그 때가 그립다.




이른 새벽, 물에 잠긴 가트로 나섰다. 밤새 내린 비로 거리는 어제보다 더 질척인다. 고요한 새벽의 갠지스를 상상했지만, 나보다 부지런한 순례객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현기증이 난다. 다들 질척임 따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맨 발로 성스러운 강을 향해 걷는다.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갠지스에 몸을 담구고 강물을 뜨기 위해 모여 있는 인파들,

젖은 옷을 갈아입는 사람들,

끊임없이 구걸하는 이들,

카메라를 든 채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뜨내기 여행객들,

뿌자를 위한 꽃을 파는 사람들,

과일과 채소를 파는 상인들,

피부병에 걸려 벅벅 긁어대며 거리를 배회하는 개들,

멀뚱히 서서 좁은 골목을 막고 서 있는 소들,

정확한 발음으로 '언니 여기 싸-' 하며 잡아끄는 호객꾼들,

구불 구불 골목에서 일상을 열어가는 사람들.


이들이 한데 섞여 바라나시를 이루고 있다.


어지럽다.

이상하게도 며칠 더 머물고 싶다.


내가 일상으로 돌아가 이런 어지러움을 모두 잊은 후에도 이들은 한결같이 갠지스로 모여들겠지.

성스러운 강에 입맞추기 위해서.



2011.8.8. 바라나시에서의 둘째날


 



어떻게 맨발로 다녀?

어떻게 찬물로 샤워해?

어떻게 손으로 밥을 먹어?

어떻게 아무곳에서나 노상방뇨해?

어떻게 파리가 이렇게나 들끓는 곳에서 식사를 하지?


다름과 틀림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은, 인도에 가서는 안된다.

그들은 그저 나와 다른 것일 뿐.


2011.08.12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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