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으로 살기

그 고단함,

by 런던브릭

워킹맘으로 산지 5년.

5년이면 이제 적응이 됐을 법도 한데, 그렇지 못 한 나를 보면서 이것은 내 앞으로 20년 간의 숙제가 되겠구나... 싶다.

요즘같이 회사가 뒤숭숭 하기라도 하면 내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선택의 순간이 온 것인가. 이럼에도 불구하고 워킹맘으로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매번 고민하지만, 꽤나 복잡한 프로세스를 거치고 망설임의 시간을 거쳐 답은 언제나처럼 단순하다. 내 평생에 단 한 번도 전업주부로의 내 모습을 그려본 적은 없었다는 것, 아직까지는 아이들과는 별개로 독립적인 나의 영역이 있기를 바란다는 것, 이런 나의 생각을 전적으로 지지해주는 남편이 있다는 것, 그리고 이모님 월급이 내 월급의 50% 미만이라는 사실까지... 결국에는 무기력하게 원래 자리로 돌아오며 마음을 다독인다. 아직까지는 해 볼만 하잖아, 일 하는 것도 즐겁잖아 라고 말이다.




어떤 엄마들은 참 독하게도 일 하더라. 아이들은 친정에 맡겨놓고 주말에만 보러가는 사람도 있고, 입주아줌마한테 아이들 맡겨놓고 매일같이 야근을 하기도 하고, 워킹맘도 남자들이랑 똑같이 다 할 수 있다며 저녁 술자리에도 꼬박꼬박 참석하는... 하지만 나처럼 독기 없는 엄마는 이모님 퇴근 시간 맞춰서 퇴근하겠다고 야근도 지양, 회식자리도 사양하는 소극적인 직장인으로 살아간다. 어느새 회사에서 업무 외에는 공유할 게 많지 않은, 그래서 어느새 나도 모르게 혼자인게 더 맘 편한 워킹맘이 되어버렸달까...


이렇게 성격에 따라 또 우선순위에 따라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모습은 제각각일 수 있겠지만,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여성이 느끼는 어려움은 바로 매일같이 엄마와 사회인의 경계에 서서 어느 순간에는 엄마의 모습으로, 어느 순간에는 직장인의 모습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1루에서 선 주자가 도루를 위해서는 루를 뒤로 하고 먼저 떠나가 있는 것이 좋겠지만 너무 멀어지면 어느 순간 견제구에 아웃이 될 수 있는 상황, 2루를 향해 뛰고 싶어도 뛸 수 없고 1루에 멈춰있을 수만도 없는, 그것이 바로 워킹맘의 고민일 것이다.

바로 능력과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적인데 두 마리의 토끼 중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는 숙명이다.


뿐만 아니라 이도저도 아닌 것만 같은 정체성으로 소속감을 느끼지 못 하는 것 또한 그들을 괴롭게 하는 일이다. 직장에서는 엄마의 모습을 지우고 전투태세로 완전무장 하고 독하게 살다가도 집 현관문을 여는 순간부터는 돌고래 소리로 서로를 감지하고 기뻐하며 무장해제 하고 다시 엄마의 삶으로 돌아오는...직장에서는 나에 대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살아가고 집에서는 육아도 음식도 청소도 항상 어딘가엔 구멍이 나기 마련인 그들, 그래서 훌륭한 직장인이라는 말에도 자신이 없고 좋은 엄마라는 말에는 더더욱 자신감이 없어 부족하다며 손사레치기 일쑤인 이도저도 아닌 그들이 바로 워킹맘이다.




나 또한 엄마와 직장인 사이, 이도저도 아닌 곳에 서서 엄마로 기울어질라 치면 직장인 쪽으로 직장인 쪽으로 기울어질라 치면 또 재빨리 엄마의 자리로 종종걸음으로 돌아오는 워킹맘이다.


10여 일의 긴 연휴를 끝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엄마에서 다시 직장인으로.

쉼이 쉼이 아닌 엄마의 시간이었다. 그런데 4일만 일하면 주말이라는 위로 아닌 위로를 하고 있다니...


오늘도 수고했다.

긴 연휴동안도 정말 수고 많았다.

이제 또 일상의 평안과 안정을 누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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