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나갈 채비를 하느라 여느 때보다 서둘렀다. 친정집에서 할머니가 있는 파주까지 가려면 차가 붐비기 전에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시동생의 결혼식으로 한국에 방문할 기회가 생겼고, 도착하면 꼭 할머니를 뵈러 가야 한다는 계획은 내 우선순위였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그렇게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7개월이 넘어서야 추모관을 찾았다. 할머니는 항아리에 이름과 날짜가 적힌 모습으로 나를 맞이해 주셨다.
자그마한 항아리에 자리한 할머니의 모습이 야속했다. '조금만 기다려주지...' 마지막으로 어리석은 투정을 해보았다.
할머니 옆에 내 딸아이와 찍었던 사진을 놓아드렸다. 생전에 무척이나 예뻐하셨기에 사진 속에서도 할머니는 미소를 짓고 계셨다.
남아있는 사람은 떠나간 이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그리움은 남아있는 사람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리움에는 미소만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그 무게가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