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눈을 보며 “넌 너만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어. 그리고 너는 엄마에게 소중한 보석이야.”라고 말해주었다. 그에 정말로 예상치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난 보석이 아니야, 나는 내가 Old shirt 같아. 아무도 나를 바라봐 주지 않아. 우리도 New shirt에는 관심을 갖지만 Old shirt는 쳐다보지 않잖아.”
아이의 마음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엄마로서 마음이 쿵 내려앉았지만 이것은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렇다면 나는 내 앞에 있는 이 작은 아이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더 이상 말을 잇는 것은 아이를 일방적으로 설득하는 일이 될 것 같았다. 그 대신 아이 손을 꼭 잡고 밖에 나가 신나게 뛰어놀았다.
아이들은 때론 부모가 가지고 있지 않은 능력을 요구하기도 한다.
남편, 나 그리고 딸은 모두 내향적인 성격이다. 때때로 남들 앞에서 속삭이듯 이야기하는 아이를 보면 겉으로 내색은 안 하지만 속이 터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를 닮아 타고난 기질인데 누구를 탓하겠는가. 타지에서 잘 적응하기 위한 중요한 능력 중 하나가 외향성인 듯하나 나의 남편은 누군가를 만나면 입을 세 마디이상 떼지 않는다. 이것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이와 놀이터에 나가 놀 때면 또래 아이들이 부모손을 잡고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때면 딸아이는 나에게 결여되어 있는 외향성과 사회성을 모두 요구한다. 또래 아이 부모들에게 다가가서 인사하고 본인을 소개하고, 같이 놀자고 대신 말해달라고 한다. (맙소사…) 그럴 때면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잘하지도 못하는 독일어로 떠듬떠듬 이야기하며 멋쩍은 듯 웃는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왔던 방식은 수많은 선택의 순간 속에서 아마도 편하게 느끼는 내향적인 방식을 선택해 왔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편하게 살아왔던 방식이 매 순간 도전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아이와 지금 이 순간 함께 머무르며 춤추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