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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 이야기(1)

범사에 감사하며

by 유니크

3주간의 긴 겨울 방학이 지나고, 아이 등교 후에 랩탑을 펼쳐 본다. 3주 사이에 한 해가 바뀌었고, 우리 가족은 스위스 Permit을 연장하였으며, 일주일간 따뜻한 바르셀로나로 여행을 다녀왔고, 남편은 감기를 얻었다. 집에 돌아온 후 전자레인지로 인해 한차례 불이 날 뻔했고, 집안에 스프링클러가 없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닫고 비상용 소화기를 샀다.


안전에 대하여

한국에서 스위스로 가져온 전자제품 중에 가장 빨리 버린 것이 전자레인지다. 한국에 있을 때 오븐과 전자레인지 기능이 같이 있는 오븐형 전자레인지를 사용했는데, 여기에서 작동해 보니 작동은 되나 굉음과 함께 타는 냄새가 심하여 바로 리사이클 센터에 반납하였다.


그 후, 소형 전자레인지를 샀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아이가 팝콘을 먹으면서 무비나잇을 하고 싶다고 하여 전자레인지 팝콘을 돌리고 집정리를 하는 사이... 작은 전자레인지 안에서 팝콘이 돌아가지 못하고 제자리를 뱅뱅 돌다가 종이 패키지에 불이 붙어버렸다. 아이가 빨리 발견했으니 다행이지 큰 불로 이어질 뻔했다. 전자레인지 안에 불은 매캐한 연기와 까만 그을음을 남긴 채 감사하게도 크게 번지지는 않았다. 이 일을 계기로 체크하게 된 두 가지는 우리 집의 보험과 화재예방 시스템이다. 한국 아파트처럼 스프링클러와 소화기가 잘 갖춰져 있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으니 항상 대비와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에 대하여

감기에서 회복한 아이가 방학 동안 두 차례나 Technorama(스위스 사이언스 센터)를 다녀왔다. 동시에 감기를 얻은 남편은 그냥 집에서 쉬지 굳이 굳이 같이 가서 탁자에 엎드려 시름시름 앓았다. Technorama는 키즈카페가 없는 스위스에서 아이들이 겨울철 실내에서 놀 수 있는 보물 같은 장소이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이뤄져 있는 공간은 과학의 원리를 체험으로 풀어내어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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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자석, 물, 자연, 바람, 빛과 거울 등 과학의 소재를 아이들이 직접 보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어서 여러 번 방문해도 같이 나누고 이야기할 거리가 많다. 부모 마음에는 아이가 아픈 것보다 하루종일 에너지가 떨어질 때까지 뛰어노는 것이 그저 감사할 뿐이다. 반면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남편을 보고 있으면 단순한 감기가 아닐까 봐 걱정도 되고, 마음 한편이 짠하다. 타지에서 가족들의 건강을 지키는 일은 생활(직설적으로는 생존)과 연결되어 있다. 요리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내가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건강한 식단으로 음식을 만들고, 비타민과 영양제를 꼼꼼히 챙기는 일뿐이다.


그 외_두 번의 베이킹과 한 번의 아이스크림 만들기

집에 있으면 계속해서 액티비티를 해야 아이가 지루하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방학 기간 동안 우리는 집에서 베이킹과 아이스크림 만들기, 과학 실험 등을 하였고, 매일 아침은 아이가 차려주기로 했다. 덕분에 나는 하루에 세 번 이상씩 청소기를 돌려 어질러진 집안을 정리하였다.

KakaoTalk_20250110_100232586.jpg 아이가 만든 컵케이크

2024년은 우리 가족에게 큰 변화가 있었던 한 해였다. 모두가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각자의 자리에서 시행착오와 배움을 반복하였다. 어느새 다가온 2025년은 범사에 감사하는 하루하루이자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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