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아이템을 중심으로
대략 반년만에 글을 다시 써본다. 생각날 때마다 기록해 놓은 것들은 있지만 막상 완성된 글이 없어 한동안 올리지 못했다. 오늘은 가벼운 주제, 바로 '마트 쇼핑'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이곳 스위스가 나랑 꽤 잘 맞는다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음식만큼은 내 입맛에 맞지 않는다. 오히려 스페인이나 오스트리아에 가면 음식이 훨씬 훨씬 맛있다. 분명 맛에는 ‘간(flavor)’, ‘식재료(ingredients)’ 그리고 ‘가격(price)’이라는 요인이 상당히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그러나 먹고는 살아야 하니 마트를 가면 집어오는 먹거리들을 정리해 보았다.
1. 라클렛 치즈 (Raclette)
여러 종류의 라클렛 치즈를 도전해 보았는데 그중 이 브랜드가 가장 나았다. 다른 치즈들은 쿰쿰하고 꼬릿 한 냄새와 짠맛이 훨씬 강해서 라클렛을 먹을 때면 항상 이 제품을 사 온다. 냄새가 보다 덜하고 부드럽고 고소한 치즈 맛을 고려했을 때 나와 우리 가족에게 가장 괜찮은 제품이다.
2. 초콜릿 (Schokolade)
초콜릿 브랜드는 호불호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린트(Lindt)와 레더라(Läderach)를 많이 구입해 가는데 나는 프레이(Frey)의 밀크 초콜릿이 제일 맛있다. 타제품과 비교하자면 가장 기본적인 밀크 초콜릿을 먹었을 때 카카오 특유에서 오는 톡 쏘는 알싸한 맛이 적고 매우 부드럽게 감싸는 맛이 있다. 프레이는 미그로스에서 살 수 있고 또 SWISS AIRLINE을 타면 스위스 대표 초콜릿으로 나눠주는 바로 그 브랜드이다.
3. 소시지 (Wurst)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모두 소시지가 유명하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한국에서 느끼지 못했던 돼지 냄새를 소시지에서 맡기 시작하면서 돼지고기로 만든 소시지를 먹지 않게 되었다. 조리법의 문제인지 모르겠으나, 한번 데치고, 구워도 그 냄새가 남아있어 그 대신 우리 가족은 소고기(Rinderfleisch)로 만든 소시지를 먹는 편이다.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칠면조, 비건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만든 소시지들이 있으니 취향 것 고르면 될 것 같다.
4. 버터 (Butter)
스위스 알프스 버터가 고급스럽다고 느끼는 것은 아마도 마케팅의 영향일 것이다. 스위스 버터만큼은 주변국가에 비해 약간의 프리미엄 이미지가 있다. 그중에 Floralp 버터가 괜찮아서 마트에 다녀올 때마다 가끔씩 사 온다. 가성비를 생각하면 독일에서 판매하는 Meggle사의 Feine Butter도 괜찮다. 나는 솔직히 가격과 맛을 동시에 생각하면 Feine Butter가 더 낫다.
5. 아보카도 (Avocado)
한국에 갔을 때 생아보카도를 먹었는데 맛의 풍부함이 조금 떨어진다고 느꼈다. 다른 과일은 몰라도 아보카도만큼은 스위스나 다른 유럽지역이 신선하고 풍부한 맛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특히 미그로스 extra 혹은 selection 제품은 크기가 크고 맛이 좀 더 좋다. (쿱은 프리미엄 브랜드 제품을 안 사봐서 모르겠어요.)
6. 산 마르자노 토마토 (Marsanino Tomaten)
스위스 여행을 오는 친구들에게 마트에서 꼭 사 먹어보라는 강력 추천 템이다. 냉장고를 부탁해 정재형편에 소개되었던 고급 식재료인 ‘산 마르자노 토마토’를 통조림이 아닌 있는 그대로 맛볼 수 있다. 실제로 먹어보면 체리토마토와는 다른 신선함과 맛에서 차이가 있다.
7. 맥주 (Bier)
맥주는 커피나 와인만큼이나 취향을 타는 부분이라 내 선호대로는 Apenzeller Bier와 이태리 맥주인 Birra Moretti를 주로 마시는 편이다. 무게감이 있는 맥주는 전혀 아니고 가볍게 즐기기 좋다. 특히나 스위스에 온 뒤로 낮에 운전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식사를 하면서 Apenzeller Alkoholfrei(무알콜) 맥주를 더 즐기는데 산뜻한 향과 시원함이 매우 만족스럽다.
8. 스무디 (Smoothie)
유럽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true fruits smoothie를 즐겨마시는데 그중에서도 green만 먹게 된다. 식단에서 채소가 부족할 때면 마음의 부채를 줄이기 위해 찾아마신다.
9. 커피 (Kaffee)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돈도 만만치 않아 원두를 사서 반자동기계로 내려 먹는 편이다. 원두는 Tchibo나 ViCAFE가 맛이 괜찮다. Tchibo는 스위스 어느 지역을 가던 조금 큰 도시라면 쉽게 찾아볼 수 있고, ViCAFE는 취리히를 거점으로 하는 로스터리 카페인데, 원두는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다. 가끔 아이스라테가 떙길 때면 Emmi사의 Double zero Caffe Latte를 마신다. 설탕이 들어가 있지 않아 아이스라테를 대체하기에 꽤 요긴하다.
10. 파이/케이크 (Kuchen)
스위스 친구집에 초대받았을 때 채소를 넣어 만든 파이는 나에게 꽤나 충격적이었다. 내가 지금껏 접해왔던 파이는 고작 호두파이, 피칸파이 정도이고, 토르테(Torte)와 같이 크림이나 필링이 겹겹이 감싸 있는 부드러운 케이크뿐이다. 그런데 채소를 넣은 파이가 식사라니… 스위스에서는 가정식으로 파이에 채소뿐만 아니라 제철 과일, 견과류를 넣어 자주 구워 먹는다. 만일 이러한 현지인들의 음식을 쉽게 경험하고 싶다면 미그로스에서 매일마다 만들어 나오는 파이 한 조각을 사서 먹어보면 된다. 처음엔 생소해도 은근한 중독성이 있다.
계절을 타지 않는 마트 아이템으로 10가지를 선정해 보았는데 계절별로 즐길 수 있는 먹거리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 시간 날 때 따로 정리해 봐야겠다.
여행블로그 혹은 카페를 가끔씩 찾아보면 스위스 필수 쇼핑템들이 정리되어 있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중에는 분명 스위스 전역에서 많이 팔리는 공산품과 아이템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인종, 언어, 국적, 취향이 다양한 스위스에서는 막상 현지인이 잘 구매하지 않는 제품들 역시 존재한다. 이는 마치 외국인들이 한국관광을 와서 SNS만 보고, 한국인들이 실제로 잘 쓰지 않는 화장품을 왕창 사가는 것과 비슷하다. 이 글은 누군가 의심 없이 매번 사는 아이템이 있다면 다른 것도 도전해 보시라는 취지도 있다.
이 글을 통해 스스로 생각을 정리해 보면 '취향'이라는 것은 나의 아이덴티티와 경험 그리고 내 삶을 결정한다고 느낀다. 나 스스로가 그것을 탐구하지 않고, 알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경험이 내 세상의 테두리를 만들 수 있다. 그러니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나만의 세상을 탐구하고, 경험하고 만들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