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열면 찾아오는 아름다운(?) 자연의 일부
두 달간 한국의 여름을 오롯이 즐기다가 8월 중순이 된 지금 다시 스위스 집으로 돌아왔다. 두 달 가까이 내 집 아닌 곳에 머무려니 아무래도 내 집이 있는 곳이 가장 편하다... 는 생각은 들지만
선선한 바람을 맞으려고 창문을 열면 특히나 '여름'에는 좋아하지 않는 손님들이 그렇게 찾아온다.
작년에는 눈 빨간 날파리를 100마리 넘게 죽인 경험이 있고, 그 단련된 경험으로 날아가는 날파리까지 맨손으로 잡을 수 있게 되었다만... 올해는 두 달간 문을 꽁꽁 닫고 불청객이 없기를 빌었던 내 예상은 빗나갔다.
달달한 음료를 마시면 어김없이 말벌이 집안으로 들어오고, 학교에서 배웠던 '8 자 모양의 벌춤'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그 벌은 초콜릿과 과자 위에서 신나게 춤을 추고 연이어 다른 말벌들이 창문 밖에서 몰려들어 집안으로 들어올 준비를 한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내용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것이 특별한 경험이긴 하나 그 장소가 우리 집이라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여름에 테라스가 많은 카페들은 말벌이 모이는 최적의 장소인데 스무디나 과일, 시럽이 섞인 음료를 주문하면 한 번에 원샷하지 않은 이상 말벌들이 다이빙을 하는 통에 끝까지 다마시기가 어렵다. 더 신기한 것은 이렇게 말벌이 모여드는데도 테라스에 앉은 사람들은 너무나도 평온하게 그들을 신경 쓰지 않는다. 혹시나 먼저 공격이나 하면 모를까... 호들갑이 전혀 없는 모습은... 그와 내가 무엇이 다른가를 생각하게 한다.
두 번째 손님은 파리인데 고기를 굽거나 찌개를 끓이면 집안은 거의 파리들의 파티가 시작된다. 태어나서 이토록 크고 번쩍번쩍 화려한 파리들은 어렸을 적 시골 할아버지 집을 갔을 때 외양간에서나 봤는데 이곳에서는 떼를 지어 몰려다닌다. 아마 창밖 정면에 보이는 들판의 소들이 풀 뜯고 있는 바로 그곳에서 냄새를 맡고 우리 집까지 왔겠지... 이 녀석들은 굉장히 똑똑할 뿐만 아니라 움직임과 소리가 공격적이고 매우 빠르다. 자기가 들어온 입구를 정확히 알고 내 전기 파리채에 잡힐 것 같으면 빠르게 빠져나간다. 요리를 할 때 문을 열어 놓을 수밖에 없는데 방심하다 뒤돌아보면 자기들끼리 파티를 하고 있다.
그리고 두 달간 닫아놓았던 문을 무색하게 만들어버린 불청객... 바로 '바퀴벌레'.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작년에 입주한 신축아파트인데 한국에 다녀오느라 집을 비워놓고 돌아온 사이 바퀴벌레가 입주해 있었다. 이래서 모든 것은 주인이 지켜야 하나 보다. 낮에는 전혀 안 보이다 불을 끄고 밤만 되면 흰색 우리 집 벽을 타고 기어 다니는데 시차 적응이 안 된 내가 새벽에 불을 켰다가 그들과 눈이 마주쳤다. 거의 20년 만에 눈 마주친 바퀴벌레와 나는 둘 다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때 되면 집집마다의 초인종을 누르며 해충방역을 하는 한국과 다르게 방역이라고는 거의 볼 수 없는 스위스에서는 해충도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불편하더라도 미관상 방충망을 달지 않고 여름을 견뎌내는 이곳 사람들의 인식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겠지... 그럼 이제 바퀴벌레나 좀 잡아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