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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함께한 짧은 가족여행

소중한 시간 기록(1)

by 유니크

스위스 이주를 위해 아이와 함께 스위스행 비행기를 타고 오던 중 기내에서 외할머니의 부고를 받았었다. 그렇게 나는 키워 주신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도… 장례식도 함께하지 못했다. 기내 안에서 혼자 흘렸던 눈물은 할머니 곁을 지키지 못한 ‘미안함’과 한국을 떠나기 전 다시 한번 찾아가 뵙지 못했던 ‘후회’였다.


부모님이 5주간 우리 집에 머무르다 한국으로 가셨다. 함께 있다 공항으로 모셔다 드리고 집에 돌아오면서 느낀 감정 역시 ‘미안함’과 ‘후회’가 대부분이다. ‘매 순간 내가 좀 더 성숙하지 못했구나…’의 아쉬움을 비행기가 떠나고 나서야 깨닫는다.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아직도 다 헤아리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을 어리석게도 존재의 부재를 통해 다시 생각한다. 부모님은 현재의 소중함을, 시간의 유한함을 나보다 더 잘 아시기에 그간 내 투정을 받아 주셨나 보다.


짧지만 소중했던 시간들을 좀 더 오래 기억하고자 간단히 기록해 본다.



Insel Main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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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츠탄스 호수를 끼고 아름답게 가꾼 꽃들 사이와 숲길을 걸으며, 부모님과 그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산책로를 따라 100년은 넘게 그 자리를 지켜온 나무들이 참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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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가장 안쪽에는 Schloss Mainau가 숨겨진 듯 자리하고 있었는데 길을 따라 끝까지 가보지 않았다면 그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KakaoTalk_20240518_073051719.jpg Schloss Main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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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꾼 정원을 보고 있자니 대학교 1학년 때 친구들과 처음 갔던 거제 외도 여행이 떠올랐다. 마이나우 섬과 외도 모두 나에게는 즐거운 경험인데 이런 꽃을 가꾸는 사람들은 그 행복의 정도를 상상할 수 있을까. 내 고마운 마음이 그들에게 전해졌으면 한다.




Sammlung Reinhart Am Römerholz

비바람이 살갗을 스며드는 날씨였는데, 두 분은 기차 타는 것만으로도 참 좋아하셨다.

KakaoTalk_20240518_074410037.jpg Winterthur 역

역에서 30분 정도를 걸어 Sammlung Reinhart Am Römerholz를 가보았다. 이제는 두 분 모두 연세가 있으셔서 걱정했는데, 세상에 내 체력이 가장 바닥이다.

KakaoTalk_20240518_074554663.jpg 방문객을 맞아주는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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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었던 Oskar Reinhart의 유언에 따라 자신이 소장했던 미술품과 저택을 바탕으로 현재는 미술관이 운영되고 있다. 미술관 이곳저곳을 살펴보면서 '부(wealth)'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이렇게 멋진 공간을 대중에게 개방할 수 있게 한 이의 마음은 비단 나만 배불리 하고, 나만 멋진 것을 경험하고, 나만 좋은 것을 과시하고자 함은 아닐 것이다. 먼 나라에서 온 나와 같은 사람들조차도 그의 이름을 읽어보고, 기억하게 하는 힘을 살아생전 미리 알고 있었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을 산 것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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