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바람 냄새
스치는 냄새에 지나온 순간이 떠오른다.
특히나 스킨로션, 섬유유연제, 계절 냄새는 걷잡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나를 몰고 간다.
한 때 익숙하게 곁에 있던 냄새는 예상할 수 없는 순간에 다시금 불쑥 찾아와 낯설고 그리운 마음으로 그 날의 나와 마주하게 한다. 익숙하던 것이 이제는 뒤안길에 있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한 채 멀어졌지만 켜켜이 쌓아진 지난 시간은 뜬금없는 찰나 덕으로 잊고 있던 것과의 거리감을 새삼 느끼도록 한다.
무언가 지나가는 속도감과 크기에 따라 냄새가 나에게 닿는 찰나도 조금씩 다르다. 그리고 장소와 공간, 온도에 따라.
어떤 냄새는 불쑥 다가올지라도 계절 냄새만큼은 기다리기도, 기대하기도 하는 나의 마음이 느껴진다. 언제쯤 계절 냄새로 다시금 찾아오리라 그 시기를 눈치채고 있어 그런지 완연한 계절보다 환절기의 찰나를 더욱 들뜬 마음으로 맞이 하게 되나 보다.
두 계절이 어우러진 환절기 덕에 여러모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하니 참 멋진 계절이라는 생각을 한다. 완강한 것들을 유연하게 잇는 연골처럼 그 역할이 참 멋지다.
여러 감각들 덕으로 지나온 순간이 팝업창처럼 불쑥 찾아올 때면 추억, 그리움, 회상, 과거, 애틋함, 아픔, 괴로움, 아련함, 후회 등등 수많은 감정을 속수무책으로 느껴야 한다. 귀띔이라도 하고 찾아온 다면 마음의 준비라도 할 텐데. 그렇다고 동요되는 감정이 크게 잔잔해지진 않을 테지만!
그럼에도. 이렇게나 요동치는 감정이 버거워 사무칠 때가 있음에도.
나의 감정들을 사랑한다. 수많은 감각으로 새겨진 찰나는 조그마한 시간에 촘촘히 얽히며 잔상으로 남아 기억 속을 떠도는 조각들이다.
아무리 기억하고 싶다 한들 달아나는 시험 범위 문장에 대해 생각하며 기억은 내 의지대로 남는 것이 아니라는 느낌도 든다. 기억의 깊이에도 다름과 차이가 있을 테지만 주로 나에게 다가온 기억은 시간 속 풍경, 온도, 색감에 대한 '감정, 느낌'이다. 감정으로 인해 자리 잡은 기억은 다시금 감정을 건네는 역할을 하니 얼마나 소중한 것일지 가늠해본다. 사실 가늠하기란 어렵다. 가늠이라는 것도 켜켜이 쌓이는 시간 속에서 달라지기 마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