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허용
중학교 2학년이었을지 3학년이었을지 모를 보습학원 강의실. 시험기간의 순간으로 기억한다.
성적순에 따라 여러 등급으로 반을 나눴는데 그날따라 어떤 이유에 선지, 두 반을 통합해 한 강의실에 책상을 빼곡히 놓고 함께 수업을 들었다.
'시적허용?'
딱 들어맞는 맞춤법이 아니더라도 글쓴이의 의도와 흐름에 따라 시의 표현으로 쓰일 수 있는 의미로 다가왔다.
'와.. 멋지다..!'
매력을 느끼고 끌리는 것에 대게 논리 정연한 이유는 없다.
그렇지만 종종 어떤 것들에는 왜 좋아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음표를 던지며, 꼬리의 꼬리를 무는 이유 찾기를 즐기기도 하는데 '비 내리는 날' 도 그중 하나다.
'나는 비 내리는 날을 왜 이리 좋아할까?'
요즘도 비 내리는 날이면 느껴지는 감정과 마음을 들여다본다. 그중 몇 가지 마음에 드는 이유를 발견했는데,
'머리칼이 살짝 젖고 빗물이 옷에 스며든 채 서로의 모습을 마주하더라도 전혀 유별나거나 이상할 것 없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상황으로 다가와서 그런지 기분도 상기시키니까.'
어떤 상황 덕으로 행동의 제한이 조금 느슨해지고 이해되는 분위기는 나를 너무나 애틋하게 한다.
한치의 오차도 없는 줄 공책을 불편해하면서 굳이 그 공책을 옆에 끼고 반듯한 줄의 중력을 뒤로한 채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마구 끄적인다. 그러고 나면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대부분 맑은 날의 가끔 찾아오는 비'와 '맞춤법이 틀리면 안 될 것 같은 문자 틈바구니의 시적허용' 도 닮은 흐름이지 않을까.
익숙한 상황과 생각은 때론 인지하지 못하는 곳까지 늘러 붙어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낯섦을 용납해서는 안 될 금기로 여기며 적대하기도 한다.
어쩌면 보편적인 것과 낯선 것의 비중이 뒤 바뀌었다면 나는 어김없이 낯선 것으로 흘러가지 않았을까 짐작하며, 뭐든 불변하지 않는 것 흔치 않아 '확답'이란 언어를 너무나 불편해하기에 추측과 짐작이 난무하지만 그래도 나는 내 생각이 좋다.(사실 좋아하지 못하도록 힘들게 하는 상황도 자주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