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있는 언어

그런 생각

by 에포케

'엄마! 나 업어주라!'


서울 집에서 지내고 있을 때니까. 아마도 2007~2010년 그 사이 어느 날.

있으나 마나 한 낡은 거실 창문으로 볕이 참 따뜻하게 들어오던 어떤 계절. 한창 낮에 단둘이 집에 있던 딸과 엄마의 순간이다.


'그래~ 업혀!'

평상시에도 엉뚱한 요구나 장난을 자주 쳐서 엄마를 어이없게 웃게 만드는 건 나의 소소한 재미다. 그래서 그날도 다 큰 딸이 업어 달라는 장난을 피식 웃고 넘길 줄 알았는데 엄마는 흔쾌히 업히라 말했다. 예상하던 반응과 달라 조금 당황스러워 되물었던 기억이 있다.

'응? 정말? 정말? 나 진짜 업힌다?'

생각의 짧은 찰나, 왠지 엄마가 날 업기 원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일단 업힌 채 멋쩍다는 듯이 웃으며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나는 장난으로 말한 건데 엄마가 진짜 업히라고 해서 놀랐어!'



'널 언제 또 업어보겠어~'



무게 중심을 최대한 앞으로 해야 무리가 덜 가는 구부정한 자세로 엄마는 나에게 대답했다.

갓난아이 달래듯이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면서..


엄마의 등 뒤에 있던 나는 엄마의 목소리만 들었을 뿐인데 그 음성에서 표정이 느껴지는 듯했다.

갓난쟁이의 시간을 만들어주고 채우던 따뜻한 엄마 품에 대한 수많은 순간들은 사진 몇 장으로 만날 수 있는 게 전부다.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은 아주 어릴 적 내 모습을 관람객처럼 구경하 듯 바라보곤 했는데, 날 업고 있던 그날의 엄마는 사진 속 아주 조그맣던 나와 20대 중반의 당신을 만나고 있던 걸까.


짧은 순간에 밀러드는 오래된 시간의 묵직함이 찰나를 강렬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 날 이후로도 엄마의 목소리는 내 기억 속에서 오래도록 머무르는 중이니까. 엄마는 어떤 감정으로 대답했을지 나는 그 깊이를 헤아리지 못한다. 하지만 어릴 적 나와 지금의 나를 여전히 아끼고 있다는 엄마만의 표현 방식을 느꼈고 나 또한 이렇게 아끼는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또 아끼는 마음을 표현하게 될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까.


문득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

작가의 이전글어디에도 있는 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