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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귀가 한참 밝은 나는 바깥소리가 잦아든 밤중의 작은 소리들을 선명히 듣는다.
자취하면서 가뭄에 콩 나듯 고향집을 찾아가 하룻밤 자고 올 때면 엄마와 함께 잠들곤 했는데, 안테나를 최대한 뽑은 휴대용 라디오는 늘 엄마 머리맡에 있었다.
라디오 어플로 듣는 것과는 다르게 주파수로 맞춰 듣는 휴대용 라디오 음질은 선명하지 않았지만 그런 잡음이 정겹게 느껴질 무렵. 클래식 FM에서 들려오는 훌륭한 음악들이 곧 몰려올 것 같은 내 잠을 훼방 놓고 있다는 생각에 엄마에게 라디오 소리를 좀 더 줄일 수 있느냐고 물었다.
'소리 제일 줄여 놓은 건데. 너무 커?'
엄마도 나 만큼. 아니 내가 엄마를 닮은 것 같으니까.
나에게 밝은 잠귀를 물려준 엄마인 만큼 만만찮은 잠귀를 갖고 계신 분이라 한번 잠드는 것은 중요한 숙제인데, 라디오에 타이머를 맞춰 놓고 듣는 클래식 음악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잠드는데 도움이 된다는 걸 내게도 이야기해 준 부분이었다. 그래서 엄마의 숙제를 위해 나는 별수 없이 양을 세며 잠들었던 것 같다.
하루 일정을 나름 빡빡하게 담았을 때 가장 기대되는 건, '아 오늘 잠 진짜 잘 자겠다!'
이렇게 체력을 적당히 바닥나게 해서 확실한 잠을 보장받은 날이나, 늦잠자도 괜찮은 날,
가끔 타이머를 맞춰놓고 라디오나 좋아하는 노래를 한곡 반복해서 들으며 잠들곤 한다.
그런데 엄마와 함께 잘 때 느꼈듯이 밤에 듣는 소리 1은 그리 소곤소곤하지 않다.
그래서 핸드폰은 귀와 멀어지되 손 위치랑은 가까운 하체 쪽에 놓고 스피커 있는 곳을 이불로 덮어 놓으면 소리가 조금 아득해지면서 그나마 편안하게 들린다.
활동을 주로 낮에 하고 밤에 잠드는 흐름이라 그런지 상대적으로 생활소음이 잦아들면서 작은 소리라도 크고 선명하게 들리는 것 같다.
어둠은 심심찮게 우리네 일상에서 몰입, 집중에 도움 되는 아웃 포커스 역할도 하는데, 빛이 돋보일 수 있도록 짙은 배경의 어둠은 필요로 할 때 기꺼이 찾아와 준다.
이렇듯.
어떤 목표가 생겨 잡다한 상황은 어둠이 덮어버려 몰입하게 되는 건지, 먼저 어둠이 차츰차츰 헛된 바람을 덮어 집중할 수밖에 없는 목표가 생기는 건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시각이겠지만.
차선이라는 것이 날 유연하게 만드는 장치가 아닌 변명만 무럭무럭 키우는 촉진제 같은 느낌.
불빛을 여러 개 피워놓고 있으니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나방처럼. 차선은 왠지 나랑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과 원인을 찾기 위함보다 탓할 무언가가 있길 바라는 나약한 마음 같기도 하다.
많은 것들이 따라오는 선택에는 책임이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것만큼.
요즘같이 의지박약일 때는 누군가 내 방 형광등을 대신 꺼줬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럼 어떤 소리 1이 선명하게 들릴 것 만 같아서 그 소리에 집중하게 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