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있는 언어

속도

by 에포케

'저는 이제야 이곳이 편안해진 느낌이에요.'


아르바이트하던 곳의 식사시간에 나눈 대화로 기억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낯선 곳의 적응을 곧잘 한다고 생각했다. 돌이켜 보면 적응을 한 것이기보다 낯가리고 소심한 성향으로 보이고 싶지 않아 어색함에 쭈뼛대던 모든 언어들을 서글서글함 뒤에 숨기고 내보이지 않았나 보다.

'5개월'

분기도 아니고 한해의 반도 아닌 어중간한 시간. 그렇지만 두 계절이 함께 하기엔 충분한 시간.

새로운 장소나 공간이 점점 익숙해지는데 5개월의 속도로 찾아온다.

빨리 적응하려 너무 애쓰지 않아도 언젠가는 찾아올 익숙함. 새로운 곳에서 삶을 반복하다 보면 전체적인 시간의 흐름으로 볼 때 낯섦 만큼 희소하고 짧은 순간은 없다. 낯섦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해결돼야 할 상황이기보다 어떻게 담기는지 한 발자국 떨어져 바라볼 수 있는 유연함을 덧댄다면 조급함도 저만치 멀어져 있다.

'어떤 모습을 갖춰야 한다는 기준'보다 '어떤 모습을 발견하고 싶은 태도'로 자신을 대한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하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스스로의 속도를 발견해야 다른이'와'의 속도도 맞춰 갈 수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이의 속도에'만' 맞추는 속상한 삶이 담길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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