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민 Jan 06. 2017

거리에서 리듬을 타다

현대카드 송정역 시장 리뉴얼  / 프로젝트 다큐멘터리 편집후기(3)


신기술로 편리 시설을 갖춘 개발 거리가 아니라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거리를 조사하다 보면 지구의 나이를 알아보려고 토양의 퇴적물을 하나하나 꺼내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거리는 시간의 누적이다
비가 그친 늦은 오후를 위한 런던 거리


저녁을 위한 뉴욕
겨울 뉴욕은 가장 빠른 템포의 음악을 선사한다


거리는 모이는 사람들의 성향과 그 거리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력한 브랜드, 그리고 비슷한 상점들이 모여서 형성하는 커뮤니티에 의해 성격이 형성되고 모습이 디자인된다. 그래서 오래된 거리는 낡은 매장과 거리를 보면서 그 거리의 나이와 특성, 진화의 방향을 파악할 수 있다.  


오래된 거리의 시간을 음미하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거리의 리듬을 타다

스토리, 문화 그리고 스타일이 있는 거리는 잘 만들어진 클래식 음악과 같다. 그래서 나는 길거리를 걸어 다니면서 쇼윈도만 둘러보지 않고 리듬과 결로 거리 전체를 보려고 한다. 음악은 음과 음의 질서와 규칙에 의해서 아름다운 음악이 나오는 것처럼, 거리의 상점은 음표이고 사람들은 가사처럼 보인다.청각장애자가 음악을 진동을 느끼는 것처럼, 거리를 음악처럼 보려고 한다면 거리는 계절별, 시간별 그리고 요일별로 다른 음을 내는 음악처럼 들릴 것이다.


그래서 거리를 조사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첫 번째가 거리의 리듬을 타는 것이다. 

런던의 아침은 귀에 이어폰을 꽂고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  가장 런던스러웠다

리듬(Rhythm)의 어원은 ‘흐른다’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rhythmos’에서 유래한 말이다. 리듬은 음악, 공간, 시간뿐만 아니라 신체와 심리 등 모든 분야에 광범위하게 사용된 단어다. 리듬이라는 단어처럼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단어 중에 ‘결’이 있다. [결]이라는  단어는 총 4개의 다른 의미로 정의되고 사용되고 있다. 

  첫 번째는 짜임새와 조직 그리고 구성을 뜻하는 텍스처(Texture)가 있다. ‘나뭇결’, ‘비단결’, ‘살결’이라고 표현할 때 이 단어를 쓴다. 두 번째 의미는 성질(Disposition), 성향(Temper), 그리고 성격(Character)을 표현할 때 사용된다. 세 번째는 ‘아침결에’, ‘잠결에’, ‘꿈결’처럼 사이(the moment)와 때(the time)를 표현할 때 사용된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물, 숨, 소리의 흐름과 동작을 말할 때로 Wave를 사용한다. ‘결 따라 움직인다’는 말은 순리적으로, 자연스럽게, 힘을 들이지 않고 빠르게 해낸다는 의미이다. 


  시장 조사(거리 연구)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결을 따라 움직일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먼저 시장의 결을 찾는 것은 일단 ‘물(거대한 흐름)’을 봐야 한다. 바다 안에도 난류와 한류가 서로 돌고 있고, 공중에도 한랭 전선과 온난전선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에도 결들이 있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욕구에 따라서 볼거리, 먹을거리 그리고 즐길거리를 찾아서 조사할 수도 있다. 아니면 특정 사람들(연인들, 패션 리더들, 관광객 등)을 따라다니면서 그들의 눈을 통해서 거리를 볼 수 있다.  


두 번째, 결정적 순간을 찾아라 


“세월은 어김없이 흘러서, 오직 우리의 죽음만이 붙잡을 수 있을 따름이다. 사진은 영원 을 밝혀준 바로 그 순간을 영원히 포획하는 단두대이다.” 이 묘비명은 ‘결정적 순간’이라는 또 다른 시간을 만든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 1908 년 ~ 2004년)의 것이다. 

 브레송은 1952년에 20년 동안 찍은 사진 중 126장을 추려 <재빠른 이미지>라는 제목으로 출간할 때 결정적 순간(L’instantd cisif)이라는 카피로 이를 설명했다. 그 후가 책 이 미국에서 <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ment)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면서, 대중에게 ‘결정적 순간’이라는 시간은 상징성을 가진 단어가 되었다.



 평생 한 가지 일만 한 사람은 그 일을 통해서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다고 한다. 브레송에게 있어서 사진은 어떤 것인가를 들어보자. “나에게 카메라는 스케치북이자, 직관과 자생의 도구이며, 시각의 견지에서 묻고 동시에 결정하는 순간의 스승이다. 세상을 ‘의미’ 하기 위해서는, 파인더를 통해 잘라내는 것 안에 우리 자신이 포함되어 있다고 느껴야 한다. 이러한 태도는 집중, 정신훈련, 감수성, 기하학적 감각을 요구한다. 표현의 간결함은 여러 방법의 엄청난 절약을 통해 획득된다. 무엇보다도 주제와 자기 자신을 존중하며 사진을 찍어야 한다.” 브레 송은 이렇게 ‘결정적 순간’을 자신의 카메라에 담아왔다. 그에게 있어서 시간은 보는 것이 아니라 직관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거리에서 어떤 사진을 찍을까를 생각하면 거리가 스튜디오가 된다. 연인들, 웃는 사람들, 물건과 상품을 건네는 손,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 상인들의 모습, 구경하는 사람들의 시선 등. 같은 거리를 시간별로 찍을 때도 있고 특별한 콘셉트를 가지고 찍으면 다른 사진이 나온다.




송정역의 리듬과 순간들

송정역의 리듬은?  송정역이 갖고 있는 결정적인 순간은?

송정역은 100년이라는 시간을 담은 공간이다. 

매장마다 상인의 삶의 의미와 시간을 담고 있다.


이곳을 구경하러 찾아온 사람들은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라는 삶의 리듬을 갖기 위해서 온 사람들이다.

이 정도의 정보를 가지고 1913 송정역 시장을 돌아보면 독특한 시장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현대카드 송정역 리뉴얼 프로젝트 문서는 이곳에서

http://www.schole.ac/talks/project/detail/2




매거진의 이전글 1913송정역 시장에서 배우는 인문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