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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 Jan 04. 2017

1913송정역 시장에서 배우는 인문학

현대카드 송정역 시장 리뉴얼  / 프로젝트 다큐멘터리 편집후기(2)

미국 소설가 헨리 제임스 Henry James는 “약간의 문학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역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정확히 깨달았던 때는 [브랜드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더 많은 역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였다. 그리고 시장을 주도하는 브랜드들이 이미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부터였다. 

 지금으로부터 104년전인 1913년에 세워졌던 [시장]을 [브랜드]로 만들어내는 리뉴얼 프로젝트에서 현대카드는  어떤 역사history와 이야기Story를 사용했을까? 1913 송정역 시장을 '시장'이 아닌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서 역사(상인들의 인생)를 어떻게 브랜딩의 축으로 사용했을까? 


[관계+경험+문화]를 통해 시장을 리뉴얼

1913 송정역 시장 리뉴얼 프로젝트의 가치는 마치 강물 줄기에 움직임에 따라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시장에 [관계+경험+문화]라는 생태계 사이클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market의 어원은 MAR(물)에서 나왔다고도 한다. 




 수천 년 된 나무 앞에 경외감이 생기는 것처럼 수백 년 된 브랜드를 마주하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예전에는 오늘 만들어 내일 팔 수 있는 상품을 만들었지만, 브랜드의 생명 주기가 인간의 그것, 길게 잡아 100년을 상회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오늘날에는 브랜드를 만들 때 내일 팔 것이 아니라 100년을 견딜 수 있는 것으로 만든다. 

 그래서 100년을 유지한 브랜드의 역사적 탄생(론칭) 설화에 브랜더들이 관심을 두기 시작했을 것이다. 브랜드와 인간 역사는 오묘하게 서로 관계를 이룬다. 자연 세계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생명이 소멸하지만 브랜드는 반대로 더욱 생명력이 강한 유기체가 된다. 이런 브랜드는 어느 시점에 이르러 전통과 정통 그리고 트렌드의 조화를 유지하면서 인간의 유구한 역사와 같이 순행하거나 상징이 되기도 한다.


  만약에 대학에 ‘브랜드 인문 역사학’이라는 과목이 있다면 누가 어떤 내용을 강의하게 될까? 혹시 과학 철학, 기술 철학, 의료 철학이라는 과목은 들어보았을지 몰라도 이것은 생소한 개념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브랜드 인문 역사학’ ‘브랜드 철학’ 그리고 ‘브랜드 인류학’ 같은 과목이 나오리라 생각된다. 이 과목들의 특성은 브랜드를 통해서 인간을 이해하고 시대의 가치를 파악하는 학문이라는 점이 될 것이다. 


  브랜드는 기본적으로 1차원적인 인간의 필요와 욕망 때문에 만들어진다. 그러나 그것이 충족되면 가치와 시대정신에 의해서 구축된다. 따라서 브랜드는 인간의 모든 것이 투영된 또 다른 인간의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문학 humanitas이라는 단어를 처음 썼던 키케로는 “역사는 참으로 시대인의 증인이고 진실의 빛이다”라고 말했다. 정말 그럴까? 과연 우리가 역사를 통해서 배운 것은 무엇이고 알게 된 진실은 무엇일까? 최근 인문학 열풍의 목적으로 역사에 관한 학습이 대유행이다. 역사가들이 말하는 것은 옛날이야기일까? 미래 이야기일까? 과거라는 옛 시간만을 기억하는 것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현재는 과거와 다르므로 오히려 옛 시간만으로 현재를 이해하려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역사라는 이름의 과거를 우리는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역사에는 그 누군가의 관점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으로 브랜드 관점을 통해 인간의 역사를 바라보는 것이 바로 브랜드 인문 역사학이다.

 브랜더들이 역사 안에서 도구(브랜드)를 연구할 때는 마치 ‘시대의 히트 상품’을 뒤지듯이 파헤치면 안 된다. 역사학자처럼 역사가 인간에게 주는 교훈, 변하지 않는 가치들의 시대적 변신(?), 그리고 인간들의 필요와 욕망의 결핍까지 보면서 인간을 이해해야 한다. 브랜더에게 역사학습은 반복된 패턴을 통한 전략 발굴이 목적이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1913 송정역 시장은 상인들의 스토리Story가 모여서 시장의 히스토리History를 만드는 전형적인 공간 브랜딩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1913 송정역 시장은 이제 시작이기에 마케터들에게는  마케팅 성지순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어떻게 스토리로 브랜딩을 했는지 사진을 살펴보자.


시간을 담은 1913 송정역 시장 ... 시장이라는 공간에 인간의 인생이라는 시간을 담았다.



1973년 시아버지에게 물려 받은 방앗간


고향의 이름으로 1967년에 시작한 상점


상인들의 이야기는 고객은 상점에서 무엇을 사기전에 그들이 파는 물건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게 된다. 

 



인문학은 문자 그대로 ‘인간을 위한 학문’으로,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인간을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학문이라 할 수 있다. 브랜드가 인문학을 알고자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브랜드는 이제 더는 상품이 아니다. 사용 가치로만 작용하는 도구가 아니다. 그 안에는 인간의 욕망이 담겨 있으며, 그 시대가 추구하는 시대정신이 압축되어 있고, 그 시대의 문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코드이기도 하다.

 단적인 예로 애플을 보자. 애플에는 기계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이 담겨 있고, 어디서든지 접속하고픈 인간의 심리 상태를 그대로 나타낸다. 그런가 하면 애플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이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다. 욕망, 시대정신, 문화……. 이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일까? 바로 인간의 삶이다. 브랜드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압축해놓은 결정체이다. 그렇기에 브랜더가 인문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더욱 명확해진다.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에서부터 그들이 추구하는 삶의 목표, 더 나아가 그들이 만들고 싶은 사회나 국가가 무엇인지를 연구하는 것이 인문학이다.

인문학은 교양을 쌓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되기 위한 필수다. 그렇기에 브랜더들이 인문학을 배운다고 했을 때는 단순히 칸트의 이론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칸트가 말하고자 했던 ‘인간’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소비자도 우리의 이웃

상인도 우리의 이웃

시장은 이웃과 나와의 삶터



 1913 송정역 시장의 리뉴얼 가치는 


1913 송정역 시장에서 물건을 팔고 있는 상인을 우리의 이웃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였고,

그 이웃이 팔고 있는 상품을 삶이라는 시간의 의미로 재해석하여 새로운 가치를 부여했다는 점이다. 

1913 송정역 시장은 물건을 많이 팔기 위해서 물건이 주인공이 되는 마트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이해하고, 상인의 인생을 통해서 또 다른 삶을 배울 수 있는 인문학 교실이 되었다.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의 삶(역사)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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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는 시장Market을 브랜드Brand로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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