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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 Jan 03. 2017

성지 순례 / 공간 브랜딩

현대카드 송정역 시장 리뉴얼  / 프로젝트 다큐멘터리 편집후기(1)

브랜딩을 위한 여러 마케팅이 있지만 그중 최고를 뽑는다면 바로 [스페이스 마케팅]일 것이다. [성지순례]라는 개념이 공간이 가지고 있는 힘을 방증한다. 스페이스 마케팅이 한 축에 있다면, 다른 하나는 [타임 마케팅]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대한민국 은 11월 11일만 되면 전 국민이 하루 종일 젓가락 같은 과자를 나누어 먹는다. 시간과 공간을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로 파는 브랜드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뿐만 아니라 가치를 만들어내는 브랜드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현대카드가 리뉴얼 했던 [1913 송정역 시장]프로젝트는 가장 어렵다는 시공간 브랜딩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공간 브랜딩의 대표적인 예는, 제주 올레길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산티아고(Santiago)다. 프랑스 남쪽 생장피드포르 (St. Jean Pied de Port)에서부터 시작하여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 북서쪽에 위치한 산티아고까지 이어지는 800km에 달하는 길이 관광상품이 되었고, 지금도 수천 명이 이 길을 한 달 동안 걸어 완주한다. 

  예수님의 제자인 야고보의 전도 여행길이었던 이 길이 브랜드가 된 것은, 1982년 교황이 산티아고를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1987년 유럽연합이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 tiago / 스페인어로 ‘산티아고로 가는 길’이란 뜻)’를 유럽의 첫 번째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이후부터다. 

  1993년에는 유네스코가 이 길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고, 세계적인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가 산티아고를 여행한 후 발표한 《연금술사》(1997)가 글로벌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유명해졌다. 구전으로만 전해졌던 야고보의 전도 여행루트가 어떻게 전세계인들의 자기성찰 길로 변모했을까? 인간이 절대로 소유할 수 없는 시공간을 관광상품으로 만들기 위한 방법은 스토리, 가치, 메시지, 관계, 경험, 감동 그리고 사적인 감정 등 이런[보이 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스페이스 마케팅과 타임 마케팅에 4P Mix라는 것은 없고 [연금술]이라고 부르는 주문만 있다.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가질 수 없는 것을 갖게, 가질 수 있는 것을 갖지 못하게’ 

‘낯선 것을 익숙하게, 익숙한 것을 낯설게’ 


 파울로 코엘료는《연금 술사》에서 공간에 대한 자신의 영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곳은 더 이상 낯선 곳이 아니었다. 새로운 세계였다.’ 

정말 그 길이 새로운 세계를 연결하는 길이 었을까?


시간과 공간을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로 파는 브랜드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뿐만 아니라 가치를 만들어낸다. 인간이 소유할 수 없는 시공간을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스토리, 가치, 메시지, 관계, 경험, 감동, 사적 인 감정 등의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이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페이스 마케팅의 힘은 의미 있는 영감을 통해서 고객의 모든 경험을 리셋(Reset)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즈니랜드를 다녀온 사람이 만족할만한 놀이동산이 우리나라에 있을까? 두바이에 있는 163층 828m 높이의 부르즈 할리파 빌딩 전망대에서 식사를 한 사람이 우리나라의 초고층빌딩에 오른다면 무엇을 하고 싶을까? 대영박물관에 다녀온 사람이 두번째 박 물관으로 가고 싶은 곳은 어디일까? 

스페이스 마케팅의 힘은 이처럼 모든 기억과 감동을 리셋(Reset) 하는 것이다. 2013년 2월, 디자인 라이브러리로 시작해서 현재 1913 송정역 시장에 이르는 현대카드 스페이스 마케팅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들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의 리셋, 즉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재래시장 매출액 10년간 50% 감소   /  재래시장 상인 평균 연령 : 50세

재래시장 매장 평균 운영기간 : 14.8년  /  재래시장 상점 폐업율 : 약 70% 

[이번 현대카드 프로젝트 다큐멘터리에서는 200명 지나가는 시장 거리가 4,000명이 방문하는 전략을 자세히 다루었다]



1913 송정역 시장은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운영 콘셉트인 ‘전시물과 전시방법’ [멈춘 시간과 움직이는 공간]을 응용하여 무너져가는 재래시장을  ‘시장 라이브러리’로 바꾼 것 같다. 이번 케이스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1913 송정역시장은 리뉴얼 매 트릭스의 4분면 중 하나에만 해당하는 사례가 아니라, 기존 상인과 청년상인, 관광객과 시장 소비자, 새로운 상품과 옛 상품의 측면에서 동시다발적이고 전방위적인 리뉴얼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거리, 공간, 사람, 시간 그리고 지역까지 모든 영역에서 리뉴얼했다. 


공간은 고객이 브랜드 디테일을 오감뿐만 아니라 영감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공간의 완성도(디테일)는 브랜드가 얼마나 자신의 메시지에 의미를 부여하는지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전문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지를 고객에게 경험하게 한다. 공간이 얼마나 크고 얼마나 값어치가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곳에서 단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의미 있는 영감’의 강도가 그 공간을 성스럽게 만든다. 현대카드는 이 점을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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